【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57】 일운면 '구조라성'

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는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 플래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적당한 습도, 선선한 바람, 맑은 하늘, 걷기 좋은 계절이다. 걷는 속도에 따라 마주하는 풍경이 다르고 걷는 사람에 따라 만난 풍경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걷다 보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얻기도 하고 복잡한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난 해방감과 힐링을 얻기도 한다. 

특히 걷기는 정상에 향해 오르는 산행과 달리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갈 때도 있고 옛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마음 가는 곳으로 '그냥 걸었어'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한 컷의 목적지는 '그냥', '아무렇게' 정하지 않았다. 걷기 좋은 계절에 힘들이지 않고 천천히 걷다 보면 만나는 거제의 풍경을 소개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고른 장소다. 이번 거제 한컷이 만날 장소는 성곽 아래로 파란 바다와 가을볕을 만나 빛나는 윤슬이 매력적인 옛조라진성(구조라진성)이다.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옛 구조라진의 가을풍경을 더 아름답게 치장하는 건 '과거'의 기억이다. 거제 곳곳에 남아 있는 다양한 성곽유적은 거제의 유구한 세월과 역사를 오롯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거제는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환경 탓에 고대로부터 잦은 외적의 침입을 받았고 이를 방비하기 위해 섬(島) 곳곳에 꾸준히 축성(築城)작업을 계속해왔다. 

옥포진 및 지세포진과 함께 대마도를 직접 감시하고 방비했던 옛조라진은 문종 원년(1451) 물사포(勿士浦, 현 동부면 학동)에 왜적이 습격할 경우 지세포(知世浦)와 경상우수영(오아포·현재 동부면 가배)의 거리가 멀어 왜구를 방어하기 힘들다는 의견에 따라 설치됐다. 

옛조라진성은 푹신하게 깔린 야자매트를 따라 지난해 이맘때(2022.10.5.) 거제 한컷이 소개한 '샛바람소릿길'의 울창한 시릿대 사이를 걷다 보면 곧바로 만날 수 있다.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일운면 소재 '구조라성'. @류정남 사진작가

샛바람소리길의 울창한 시릿대를 빠져나오면 관광객을 위해 만든 작은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는 키 작은 코스모스와 팜파스 포토존, 하트조형물 등 사진 명소가 거제말로 '천지빼까리'지만 이번 만큼은 가볍게 무시하고 옛조라진성까지 한걸음에 달리면 된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옛조라진성의 웅장한 성곽을 보면 바다를 향해 꿈틀거리는 용의 지느러미가 생각난다. 

그래서 거제 한컷도 용의 지느러미를 닮아 굽이치는 성벽에 올라 촬영하기도 하고, 용의 머리를 닮은 엣조라진성의 옹벽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곳에 올라 옛조라진의 바람소리와 함께 아스라이 보이는 대마도를 바라보며 성곽을 천천히 걷거나 성밟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조라성의 성곽을 배경으로 촬영중인 류 작가. @최대윤 기자
구조라성의 성곽을 배경으로 촬영중인 류 작가. @최대윤 기자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옛 조라진 옹성에 앉아 멀리 윤슬이 빛나는 윤돌섬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성곽의 끝과 바다를 연결하는 각도를 맞춰야 한다. 성벽에 등을 맞댄 사진은 하늘과 성벽, 둘레길의 비율을 조절해 성곽의 굽이치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벽 위에 올라 '브이'를 그린 사진은 주인공이 성곽 중간 보다는 카메라 렌즈를 3등분 했을 때 3분의1 지점 정도에서 촬영하면 주인공과 배경이 돋보이며, 실루엣 사진은 태양의 맞은편에서 높은 곳에 포즈를 취한 모델을 카메라에 담으면 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