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동부면 구천마을 이장/시조시인
이덕재 동부면 구천마을 이장/시조시인

거제시 동부면 이장협의회는 지난 11일에 열린 10월 정례회의에서 구천리 먹는샘물 개발사업(생수공장) 반대집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일 오전 9시 경남도청 앞에서 하게 될 집회는 면민 10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12일 집회신고를 마쳤다.

 당초 ‘서당골 먹는샘물 개발사업’이라 칭했던 이 사업은 거제시해양관광개발공사(이하 공사)와 개인사업자(이하 사업자)가 2019년부터 진행해 왔다.

2021년 3월 거제시의회 2차 본회의에서 보고까지 했으나 7월 2일 주민설명회를 할 때까지 2년간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주민설명회 이후 지역에서는 반대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공사에서는 2022년 12월 사업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후 계속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에서 시작했으면 마무리도 깨끗이 해야 했다. 공사에서 주관했던 이 사업의 수차례 설명회 등에는 시의회의원 공무원들이 참석했으나 애매하게 물러난 지금 그 짐은 오롯이 지역 주민의 몫으로 남겨졌다. 최근 사업자가 임시허가 신청을 하여 지역은 들끓고 있다. 농번기와 맞물려 힘든 시기임에도 반대운동을 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먹는샘물 개발사업 예정지는 동부면 구천리 93번지 일원으로 청정지인 서당골계곡 초입이다. 거제 동남권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구천댐과 동부면 거제면 곡창지대의 젖줄인 동부저수지가 각각 1km 거리에 있다. 거제면 남부면 일운면과는 5km 정도이며 고현 옥포 등 도심과도 10km 정도이다. 이 사업장 예정부지 옆으로는 소하천 서당골천이 흐른다. 이 계곡은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애기송이풀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남방동사리는 서당골천의 본류인 구천천 산양천이 국내 유일 서식지이다. 수달과 팔색조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거제 9품으로 지정되어 있는 고로쇠 군락은 주민의 겨울 소득원이자 전국 최초 생산지로 유명하다.

거제시에서 가장 잘 보존된 이 청정지역을 시민의 쉼터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주민들은 심층 지하수 개발만은 막아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개발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①구천댐과 동부저수지의 안전과 용수부족 우려 ②지하수 고갈과 지표면의 건조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환경 문제 ③가허가 전 심층 지하수 개발 등 절차상의 문제 등이다.

지하수는 토지소유권과 분리되는 공공의 자산이다. 하루 1천톤을 취수할 경우 만수위 동부저수지(저수량 약 90만톤)의 물이 2년여면 바닥나게 된다.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지표수의 유입 없이는 지하는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개발심도는 500m라고 한다. 해수면보다 400m는 더 낮은 셈이다. 사업예정지와 일운면 해안까지는 2km 남짓이다.

2023년 여름은 긴 장마 이후 불볕더위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무더위였다. 무더위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UN 사무총장이 “지구의 열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지반침하가 가속화하면서 수도를 이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열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휴양지 섬들이 여름 산불로 신음 했던 지난 여름이었다. 캐나다 서부지역 화재는 그리스 면적의 피해를 냈다고 한다.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는 우리 교포들의 피해도 컸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 섬, 그리스 돈도스 섬 등 휴양지 섬들의 피해가 많았다. 열대화의 영향으로 지표면 건조가 더 큰 피해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하수 개발로 지표면의 건조현상이 심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거제는 물 자급율 40% 정도로 남강댐 용수에 의존하는 물 부족 도시인 섬이다. 심층 지하수 개발은 재고되어야 한다. 일을 저지른 거제시나 시민단체 어느 곳도 이 일에는 관심이 없다. 지역의 큰 숙제를 어려운 동부면민이 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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