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새는 비둘기다. '평화'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 때 공원은 비둘기 천국이었고,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한 대통령 취임식 같은 국가행사에 수천마리의 비둘기떼를 날려 보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문제는 비둘기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부터 생활에 피해를 주자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 먹이를 주는 행위가 금지되고 포획도 가능해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개 1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길고양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공생해야 하는 생명이라는 주장과 아니다 이미 골칫거리의 수준을 넘어섰고 더구나 고양이가 희귀종도 멸종위기종도 아닌데 왜 보호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따진다.

지난 9월6일 통영에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명 '고양이학교'를 개소했다. 한산면 용초도 폐교학교를 활용한 것인데 보호실과 치료실·캣북카페 등을 갖췄다.

미국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에는 약 3만마리의 사슴이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사슴을 죽이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4000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뒤늦게 미국정부는 사슴을 보호하겠다며 사람을 이주시키고 사슴의 천적을 없애는 등 노력한 끝에 10만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나 성공의 결과는 비참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불과 두 해 동안 6만마리의 사슴이 굶어 죽었다.

전남 영광군 안마도를 '사슴섬'이라 불렀다. 1980년대 한 목축업자가 사슴 10마리를 방목하면서 얻은 이름인데, 그동안 아무도 돌보지 않자 140명이 사는 섬마을에 1000마리가 넘는 사슴이 각종 피해를 일으키자 주민들이 못살겠다고 야단이다. 호주정부는 600만마리가 넘는 '길고양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멸종위기 토종동물들이 길고양이의 공격을 받아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길고양이와 인간과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보호만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