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져 가는 거제의 세시풍속】 추석편 '거제 석전놀이'

추석은 수확의 감사와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의례와 조상제사를 비롯해 다양한 상징적 의례와 놀이가 다양하게 펼쳐지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추석 세시풍속은 백제·신라·고려·조선시대로 계승되었고 오늘날까지 추석 명절 전통문화로써 전승·계승돼 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화의 물결속에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인 추석의 세시풍속과 놀이문화는 맥이 끊기거나 변질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전승 및 기록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거제신문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사라져가는 거제의 전통놀이와 세시풍속으로 존재했던 석전놀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석을 앞둔 지난 20일 거제문화원은 거제기성관에서 전통혼례식을 거행하면서 투호놀이·쥐불놀이·제기차기·비석치기·팽이돌리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을 함께 진행했다. 

또 거제식물원은 오는 28일부터 10월3일까지(추석 당일 휴무) 추석 이벤트로 식물문화센터 앞 공터에서 투호·화가투·고누 등 전통 민속놀이 무료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거제지역에서 추석 명절에 이어져 온 전통 민속놀이 보다는 우리나라 전역에 흔히 전해지는 전통 민속놀이를 소개하고 있어 지역 고유의 놀이문화를 설명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거제시지(2000)'에는 추석 명절 거제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놀이로 씨름·윷놀이·석전(石戰)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남연구원의 '경남지역 전통민속놀이에 대한 기초연구(2020)'에서는 씨름·윷놀이·석전·그네뛰기·농악·널뛰기·지신밟기·연날리기·낫치기·돈치기·고누·팽이치기·자치기 등의 거제지역 전통 민속놀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중 거제 석전놀이는 시내나 강을 사이에 두고 돌팔매질하는 다른 지역의 석전과 차별된 유일의 세시풍속으로 앞으로 거제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및 전통 민속놀이로 전승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1980년대 거제석전놀이 현장. @최대윤
1980년대 거제석전놀이 현장. @최대윤

★거제 석전놀이  

1711년(숙종 37년) 거제현이 도호부로 승격하고 해전에 대비해 죽림포에 어변정·해창·수진 군기고를 설치하고 전선대장을 상주시켰는데 이 시기부터 석전을 수군의 군사훈련으로 이용했다는 설이 있다. 

또 무신정권으로 고려 의종이 거제에 쫓겨왔을 시기부터라는 설도 전하고 있다. 이는 거제둔덕기성과 옥산성에는 석환(몽돌)을 비축한 흔적이 발견되고 있고 지금은 사라진 아양 당등산성에서도 성내에 몽돌이 있었던 것과 관련 있다. 

거제 석전놀이는 개인 또는 5명의 단체전으로 5개의 석환을 던져 많이 맞춘 개인이나 단체가 승리하는 경기다. 석환의 크기는 둔덕기성과 옥산성·당등산성에서 발견되는 참외 정도 크기의 돌이며, 표적의 거리는 20m·표적은 2m의 원기둥이다.

경기방식은 우리나라 다른 지방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후 거제지역 특유의 민속놀이로 전승돼 일제강점기에도 봄과 가을에 대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거제옥포대첩기념제전과 독로문화제·거제시민의날까지 민속행사로 계승돼 왔다. 석전의 전술은 임진왜란 때부터 방어를 목적으로 훈련돼 온 것으로 추측되며 죽림포에 어변정이 설치된 이후에도 성행했다고 전래된다. 

거제에서 석전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은 아주(아양)·거제 명진·둔덕 영등·남부 다대·동부 학동·장목 농소 지역 등이다. 

거제 석전놀이는 1910년 경술국치 이후 및 해방 이후에도 둔덕기성·고현성·당등산성·옥산금성 등 농·어촌을 중심으로 장정들이 단오절과 추석 때 2~3일간 석전대회를 성대히 개최해오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 한국전쟁 이전까지 석전놀이는 각마을의 장정들이 모여들고 기생의 노래와 품으로 흥을 돋게 했으며 우승한 사람에게 황소 1마리를 시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7년 6월12일 제1회 옥포대첩기념제전과 1963년 옥포정 낙성식을 개최하면서 민속문화행사로 석전놀이대회를 다시 시작했다.

이후 독로문화제 및 거제시민의날·옥포대첩축제 등에서 치러지며 명맥을 이어왔으나 몇년 전부터 그 명맥이 끊긴 상태다. 

지난 18일 거제기성관에서 거제문화원이 진행한 전통놀이 체험에서 어린이들이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최대윤
지난 18일 거제기성관에서 거제문화원이 진행한 전통놀이 체험에서 어린이들이 투호놀이를 하고 있다. @최대윤

# 석전놀이 규정 

거제 석전놀이의 운영규정은 시설과 경기로 구분한다. 먼저 경기시설은 돌을 던지는 사장과 20m 거리에 큰 기둥을 양쪽에 세우고 중허리 3m 높이에 길이 5m의 중인방(거제사투리로 중방)을 묶고 그 중앙에 길이 2m·직경 6㎝의 관봉을 매달아 놓는다.

도구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참외만한 크기의 석환으로 개인 또는 5인 단체전으로 진행하며, 한 사람당 10개의 석환을 준비하고 1회에 5개씩  전반과 후반으로 치러지는 경기에서 석환을 관봉을 향해 던져 맞추면 된다. 

△첫 번째 석환이 관봉에 명중하면 심판은 "김 아무개, 1시초에 관중이요"하고 외친다. △두 번째 석환이 관봉에 명중하면 심판은 "김 아무개, 2시에 지화자 지화자"하고 외친다.

△세 번째 석환이 관봉에 명중하면 심판은 "김 아무개, 3시에 꽃바라 꽃바라"하고 외친다. △네 번째 석환이 관봉에 명중하면 심판은 "김 아무개, 4시에 돈바라 돈바라"하고 외친다. 

△다섯 번째 석환까지 관봉에 모두 명중하면 심판은 "김 아무개, 5시에 5중이요"하고 외치고 기생을 부르고 술과 안주를 권배해 분위기를 높이고, 나머지 관중과 장정들은 환호한다.

한편 추석 명절에 한 전통 민속놀이는 아니지만 경남지역에서 거제만 했던 전통 민속놀이 중 낫치기도 있다. 

낫치기는 주로 봄철에 꼴 베는 아이들이 잠깐 쉬는 동안 일정한 거리를 정하고 순서대로 낫을 던져 낫이 땅에 박히는 모양이나 거리에 따라 벤 꼴을 걸고 내기하는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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