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201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도서출판 자작나무숲에서 총3권으로 된 회고록을 출간했다. 법원은 이중 51곳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판매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출판사에서는 지적받은 부분을 검게 칠해놓고 법원명령이라고 써놓은 책을 내놓았다. 그게 오히려 독자의 구매력을 자극해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심지어 친필사인이 있는 책은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를 강화하면 일반아파트값이 올라 서민들의 집사기가 더 어려워지고, 변태퇴폐업소를 단속하면 사창가는 줄어드는 대신 은밀하게 주택가나 오피스텔로 파고든다. 1919년 미국의 금주법은 오히려 밀주·밀매·사재기 등 암시장을 야기했고 급기야는 조직화한 마피아까지 등장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세우고 정권을 쟁취한 로베스피에르는 가난한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 저가 우윳값 정책을 명령한다. 우윳값이 턱없이 싸지자 상대적으로 건초값이 비싸 수지가 맞지 않자 목장주들은 소 사육을 축소했고 우유생산은 크게 줄었다. 이번에는 건초값을 내리라고 엄명했다. 그러자 농부들은 건초를 재배하면 할수록 손해니까 건초밭을 불태워 버린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어린이는 더 먹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지인중에 농장하는 분의 이야기다. 거금을 들여 산양삼 모종을 사와 심었다. 어느 정도 자라자 들쥐들이 드나들며 헤집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말하기를 폐각을 주위에 돌아가며 묻어놓으면 냄새 때문에 들쥐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경비를 들여가며 폐각을 사와 묻었다. 그랬더니 들쥐는 오지 않는데 산돼지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와 삼밭을 더 엉망으로 뒤집어 놓고 말았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는 반면 다른 곳이 팽창되는 것처럼,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이로 인해 또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을 풍선효과라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됐다. 세상만사 다 그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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