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남자라고 꽃을 좋아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대체로 여자들이 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날이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꽃이 빠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해지는 꽃다발에 감동하지 아니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필자는 꽃시장을 많이 찾는다. 아내가 주기적으로 꽃꽂이를 하니 몇십년 꽃과 가까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양각색 예쁜 얼굴을 내미는 꽃들을 한 아름 안고서 짙은 꽃내음을 가장 가까이 느끼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의 기쁨이다. 

모든 생명체에는 냄새가 있다. 저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냄새가 발산된다. 장미나 백합 같은 꽃내음은 순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예쁜 모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꽃에서 뿜어내는 오묘하고 독특한 꽃내음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 좋은 냄새를 우리는 향기(香氣)라 부른다.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냄새로서 공기 중에 발산되어 인간의 후각 신경에 감각되는 여러 휘발성 성분 가운데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향기로 인해 일단은 무언가 모르게 미소를 띤 얼굴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이 평온해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풍기는 냄새로 인해 같은 향을 맡으면서 같은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좋은 향기를 후각으로 느끼면서 기억과 연결이 되어 좋은 감정으로 추억에 젖기도 한다. 인간이 향기나 냄새를 맡으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기에 향기로움에서 향수의 독특한 세계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모든 사물에는 각기 독특한 냄새가 있다. 그런데 이 냄새들이 좋은 냄새일 때는 향기가 되지만 나쁜 냄새일 때는 악취가 된다. 식당에 가면 음식 냄새가 나고, 병원에 가면 소독약 냄새가 나고, 고깃집에 가면 고기 냄새가 옷에 밴다.

똑같은 병에 참기름을 넣으면 참기름 냄새가 나고, 간장을 담으면 간장 냄새가 나고, 화장품을 담으면 화장품 냄새가 난다. 이렇듯 향기로운 냄새는 피곤하고 우울한 기분을 위로하여 주지만, 썩고 부패한 냄새는 오히려 사람을 불쾌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이처럼 인간은 항상 냄새에 둘러싸여 어떨 때는 향기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악취로 나타나게 된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냄새'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냄새는 좋고 나쁨을 떠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 대체로 썩은 냄새라든지, 고약한 냄새라고 표현하며 부정적으로 쓰이는 예가 많다.

그래서 '냄새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하나의 정보원이 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모습이나 행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향기 또는 악취에 비유해 표현하기도 한다. 꽃향기는 꽃이 지면 향기가 나지 않지만 좋은 사람의 향기는 영원히 지지 않은 향기이다. 사람도 꽃과 마찬가지로 백리향, 천리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풍기는 인격의 향기는 바람이 없어도 상대에게 전달된다. 그냥 몸에 뿌린 향수에서 나오는 향기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나타내는 말과 행동에서 풍기는 향기가 멀리 갈 뿐 아니라 그 풍김이 오래 가는 것이다.

향기는 나 자신도 좋고, 남도 좋게 하는 특성이 있다. 향기의 특성은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여기서는 진하게 나타나고 저기서는 약하지 않는다. 또 이럴 때는 향기로 진동하다가 저럴 때는 향기가 악취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기는 쓰레기통에서도 향기다. 남들이 없을 때도 향기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카시아 향기는 밤중에 더 진동하는 것처럼 최악의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삶을 살게 하는 것, 그것이 밤중 같은 삶을 사는 순간에도 더 진동하는 향기여야 한다. 

'인품'이란 단시일에 완성되지 않는다. 사물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내면에서 무르익어야 한다. 그때라야 '인품'은 향기처럼 스며 나오는 것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인품도 단시일에 이뤄지지 않는다. 씻고 나면 없어지는 향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솟아나는 향기로 세상에 감동과 생기를 주는 향기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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