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역사적 특이성을 갖춘 거제지역의 다양한 문화, 세계를 향하여

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거제는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전쟁문화와 올곧은 문무백관들이 조정에 반기를 들고 보내진 유배문화에서 거제지역 문화의 큰 줄기를 찾는다. 여기에 서복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면서 남긴 것과 사신·망명·여행이나 수행하면서 머문 일부가 거제지역 문화의 맥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간략하게 맥락만 열거했으나 그 속에는 많은 내용이 있다. 특히 전쟁문화 영역에서는 20여개가 넘는 성(城)이 축조돼 있으며, 이들 성은 각기 자치주 형태를 띠고 있어 연구할수록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 전쟁문화에 러일전적비도 포함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시 일본장수로 영웅이 된, 도고 장군은 그가 해군사관학교시절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아가면서 존경의 대상이 됐고 러일전쟁 승리의 원동력은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전술로 여겼기에 그 뜻을 거제지역 취도에 세운 것이다. 물론 임진왜란·한국동란의 포로수용소나 피난민들까지 다 전쟁문화 범주에 속한다.

한국동란으로 인한 포로에 관한 문화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피란민에 관한 것인데 육로와 피난선으로 몰려들어 한반도 북방 문화까지 싹틀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하나의 기류인 유배문화는 고려 18대 의종이 무신들의 난에 쫓겨 피신한 둔덕기성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그 이후로 조선말까지 계속됐으며 그 수는 수천명에 이른다. 이는 유배기념관까지 만든 남해의 400∼500여명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은 수다. 지역 출신 고영화 고전연구가가 수년간에 걸쳐 유배에 대해 조사해 밝혀내고 이후 가문의 후손들을 대상으로 유배문학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의종의 숙부인 정서가 지은 정과정곡도 거제에서 지었고, 조선 말 학자인 이유원이 거제로 유배 와서 서복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며 지나다'는 뜻을 해금강 우제봉에 세긴 서불과차(徐市過此) 기록도 그가 찾아냈다.

또 하나의 문화기류는 의종 일행, 유배자 일부, 그리고 서복 등 일행 중 거제에 남아 그들이 경험한 문화를 전파시킨 것이다. 이 문화의 흐름은 학자와 무관은 물론, 궁궐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수준이 높은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이 외부의 요인에 의해 형성된 문화 말고도 거제지역에서 어업과 농업을 영위하면서 자생됐거나 파생된 문화들이 공존해 거제문화라는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섬이라는 지역에서 육지와 인접해 건너와 토착화된 문화까지 토종문화라 하겠다.

이들 문화의 원류를 찾고 개발해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뿐만 아니라 예술·정치·사회·경제 영역 전반에 걸쳐 적용해야 할 문제다. 훌륭한 문화가 있고 바다와 섬을 가졌음에도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문화나 축제 행사가 보이지 않는다. 잠자고 있는 거제 풍광이 안타까워 얼마나 답답했으면 외지에서 거주하는 개인이 몇십 년에 걸쳐 외도관광농원을 조성했을까. 

문동폭포가 있는 곳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폭포 앞에 동상처럼 세운 비가 참 딱해 보인다. 폭포가 주제인지 시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다. 공공자금이 지원된다면 그에 부합하는가가 우선 논의돼야 할 일이다. 모든 분야에서 허투루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지역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문화와 예술이 중요한 것은, 거제가 나아가는 근본이고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힐링과 접목한 관광산업이 중심인 거제는 더욱 그러하다. 포로수용·피난선의 기록은 세계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면서 세계유산이건만 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무엇이 정도인지,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지, 기관이나 단체에서 행해야 할 근본은 무엇인지 숙고할 때 발전하고 그 가치는 높아가는 것이다. 국제공항과 철도가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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