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전 거제외국인노동자비전센터 이사장
정상전 거제외국인노동자비전센터 이사장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내국인 노동자도 어렵고 힘든 이들이 많은데, 왜 하필 외국인 노동자를 도우려고 하느냐?"

그 대답으로 저는 우리의 과거를, 선배 노동자들을 생각합니다. 또 내 집에 온 손님이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우리 국민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거 외화벌이를 위해 열사(熱沙)의 나라 중동으로 간 건설노동자, 지하 1000m가 넘는 석탄 광산 막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린 파독 광부, 탄광업계와 마찬가지로 몸이 고된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력부족이 심했던 간호사로 가 고초를 겪었던 여성 노동자, 베트남으로 파병된 군인과 기술 관련 전문가, '배를 타면 가문을 살린다'는 일념으로 망망대해를 항해한 외항선원 등. 물론 개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지만 국가적으론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외화보유를 늘려 국가 경제발전의 씨앗이 되기 위해 해외취업을 선택했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국가와 가족의 버팀목이자 활로였고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엔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생활상을 되새기면 가슴이 저미어 오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 우리 거제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봅니다. 내국인들이 외면하고 기피하는 3D업종에서 모국어로 표기된 안전표지판이나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곧바로 위험한 작업장에 투입되기도 합니다. 차별받고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문화적 차이나 언어적 한계로 인한 어려움과 고된 노동 후에 주린 배를 채워야 하지만 금기음식이나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자신들의 선택으로 만리타국에 와서 일하지만, 그들이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배경에는 내국인들도 한몫합니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에 머물러 있는 노동, '먹고 살기 위해' 일하지만 실상은 '돈 벌다 죽겠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현장에서 내국인 노동자의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 자리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어 산업이 유지될 수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엄한 인권을 지닌 존재입니다. 훗날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을 홍보하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과 이미지를 안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지역민들이 느끼는 치안에 대한 불안이나 문화적 충돌, 위화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시류이기에 이해와 포용이라는 필수가치를 위한 인식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의 법규와 문화를 이해하고, 안정적인 체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관, 지자체와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사업주를 위한 것이고 지역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제 외국인 노동자 비전센터'가 앞장서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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