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어느 마을에 예쁜 마누라를 둔 호방(戶房)이 있었다. 고을 원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났다. 어느 날 호방이 이웃사람과 다툴 때, 이웃사람이 말하기를 "네가 하는 짓이 이러니 마누라까지 원님한테 뺏기지"하자 호방이 "우리 마누라가 예쁘니까 그렇지 네 마누라처럼 못 생겨봐라 어림도 없다."고 하니 온 동네사람들이 웃었다. 이를 두고 호방과처(戶房誇妻)라 한다. '호방이 마누라 자랑한다'라는 뜻이다. '고금소총(古今笑叢)'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나라 때 자기 자랑이 심한 사람이 있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기만 하면 오늘은 무슨 벼슬을 하는 누구한테 술과 고기를 잘 대접받고 왔다며 자랑했다. 수상하게 여긴 아내가 어느 날은 뒤따라가 보았다. 그런데 남편이 찾아간 곳은 성 밖의 공동묘지였다. 묘지를 돌며 제사 지내고 남겨둔 음식과 술을 먹었다. 아내는 기가 막혔다. 늦게 돌아온 남편은 오늘은 높으신 누구와 술을 마셨노라 자랑했다. 아내는 슬피 울었다.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있지만 유독 심한 사람이 있다. 현대판 팔불출이다. 본래 팔불출(八不出)이란 여덟 달 만에 태어난 사람으로, 좀 모자라거나 덜떨어진 짓을 하는 사람으로 아내자랑·자식자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현대판 팔불출은 첫째, 자기 자랑에 열중해서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분위기 따위는 배려하지 않고 둘째, 내가 너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깔고 있고 셋째, '부엌에서 숟가락 얻었다'라는 속담처럼 말은 그럴듯하지만 듣고 나면 그냥 흘러버려도 그만인 내용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자랑이 적극적인 홍보라는 관점에서 '걸어 다니는 자기광고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뽐내는 느낌은 주지 않아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말하면 칭찬이지만 자기 입으로 말하면 자랑이 된다. 그런데 티 안 내고 있기도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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