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후 대우병원 정형외과 과장(수부세부전문의)
이재후 대우병원 정형외과 과장(수부세부전문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흔한 증상
- 손이 시큰거리고 손 끝이 저려요.
- 손이 저려서 자다 깨서 한참을 주무르고 털어요.
- 무엇을 만져도 어둔하고 감각이 없어요.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감각 기관 중 하나이며 가장 활동적인 기관이기도 하다. 

많이 사용하고, 쉽게 베이며, 또한 쉽게 부딪힌다. 손의 감각 신경은 매우 촘촘하고 민감해 손끝으로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손이 하루 종일 저리고, 특히 매일 저림 때문에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면 그 괴로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이 병은 저림에서 끝나지 않고 손끝의 감각이 둔해지고 손의 힘도 떨어져 결국 젓가락을 놓치는 일이 빈번해진다.

거제시는 특별한 도시이다. 어업 도시이면서 제조업의 도시이고 동시에 농업 도시이기도 하다. 즉 손을 참 많이 혹사하는 곳이다.

우리 손가락의 감각을 주로 담당하는 정중 신경은 손목의 중앙을 통과하는데 하필이면 손가락을 움직이는 수많은 힘줄들과 함께 손목 터널을 지난다. 

손목은 힘줄, 신경 그리고 혈관이 함께 지나는 터널 형태의 구조물로 바닥과 양 벽은 뼈로 이루어지고 위의 지붕은 단단한 인대로 이루어진 딱딱하고 크기가 제한된 공간이다.

손을 많이 사용하면 힘줄 막이 두꺼워지고 지붕인 인대 또한 두꺼워진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듯이 힘줄들이 몸집을 불려갈 때 비교적 부드러운 신경이 눌리게 되는 것이다. 

중간에서 눌리는 정중신경이 처음에는 성질을 낸다. 이것이 손 저림의 정체다. 그러다 더 눌리게 되면 지쳐가면서 변성돼 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감각이 저하되고 손의 근육이 위축되며 신경의 기능을 잃어간다. 

그렇다면 증상을 없애고 신경을 회복시킬 방법은 없는가? 있다.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중 신경이 눌려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신경 눌림을 해소해 준다면 증상은 좋아진다.

손목의 사용을 줄여서 힘줄이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고 염증을 감소하여 저림을 완화시키거나 지붕인 횡수근 인대를 수술적으로 열어주어 정중 신경의 정상적인 공간을 회복시켜 주면 된다.

그러나 모든 병은 치료의 시기가 중요한 법. 손이 저릴 때까지는 신경이 눌리는 것만 풀어주어도 곧 좋아지지만 감각이 떨어지고 근육의 위축이 시작되었다면 압박을 해소해 주어도 신경 기능의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치료를 미뤄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서 수면이 방해받는 일만큼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수면을 방해받게 되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통증에 대한 민감도도 증가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이상이 나타나면 오래 지켜보지 않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손은 매우 중요한 만큼 사용하지 않고 생활할 수는 없다. 간단하게는 잘 때만 제한적으로 부목으로 고정하는 방법(night splint)부터 약·주사, 그리고 수술까지 여러 방법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지금 손 저림과 감각 저하로 고통받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손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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