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우리는 예로부터 흙 속에 묻혀 살면서 흙냄새로 정신건강을, 흙을 밟으면서 육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말들을 자주 들어왔다. 흙 속에 터전을 잡고 흙을 일구며 살아온 조상들의 삶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20세기 후반부터 산업화와 근대화로 흙과 떨어진 도시에서, 콘크리트 고층건물에서 살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요즘처럼 정신착란에 가까운 묻지마 살인, 부모·유아 유기 및 살인, 집단성폭행 등 상상할 수 없는 변태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도 수시로 일어난다. 

이같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흙속의 생활,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다는데서 기인한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근간이 되는 흙에 관한 연구 보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영국 브리스틀대의 크리스 로리 박사와 미국 세이지대 매슈스와 수전 젠크스 박사에 따르면 야외활동을 통해 흙을 만지고 살면 흙 속에 사는 미코박테리움 바카이(Mycobacterium Vaccae) 미생물(바카이 미생물)이 호흡·피부 접촉을 통해 몸속 혈류 속으로 들어간다. 

또 이 미생물은 뇌 신경 세포를 자극해 신경 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행복 호르몬;엔도르핀)을 몇 배로 증가시켜 학습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항우울제 역할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파민과 함께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써 정서안정과 항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신경전달 물질로 학습과 기억력 향상에도 효과가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흙을 만지며 놀 때 안정감과 면역력을 증진하는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흙 속의 생활이 운동능력·집중력·정서적 안정감·면역체계 향상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놀라운 비교연구 발표도 있다.

더구나 지나친 청결과 위생을 강조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보다도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의 면역시스템이 튼튼하며 과잉반응 즉 알레르기비염·피부염·소아 당뇨나 관절염 등 면역계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보고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강릉 수목원 연구팀과 충북대 신원섭 교수 합동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는 15명을 대상으로 한 2박3일 자연체험 프로그램 후 우울증 치료지수가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 자연이 답이고, 흙 속의 세균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정화 시킨다는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에서도 아파트 베란다를 작은 화원으로 꾸며 흙을 만지게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을 숲이나 텃밭으로 유도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를 권장한다. 어린이집·유치원 등 학교에서도 교육과정 지침에 텃밭을 이용해 자연 생태체험학습을 하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흙 속의 생활을 통해 흙을 만지고 파게 하고, 직접 식물을 심어 키워 보게 하는 것도 우리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라면서 똑똑하고 성공하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생은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면역체계를 적응·조절하는 데 영향을 주는 세균들을 접할 면역시스템 영역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더러 있다.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병원성 세균에 대한 관점으로 때론 아이들의 손과 몸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3월11일은 '흙의 날'이다. 2015년 국회를 통과하며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실효성과 홍보가 빈약한 실정이다. 흙에서 나고 흙에서 자라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다. 흙은 자연이고 자연은 인간의 인성과 지성과 감성을 이롭게 하고 면역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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