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김정현 노무법인 승인 대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직업병이란 실제로 작업을 하며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그 원인이 되는 요인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업무를 하다가 직업병을 얻게 되면 산재 승인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만 산재 신청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승인 사례를 소개해드리고,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소에는 부품·장비·원자재 등의 물자를 옮기거나 선박이나 해양 시설물의 부품을 들어 올려 조립하고 설치하는 작업에 쓰이는 크레인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통상 천장크레인으로 불리는데 선박건조 및 유지보수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로, 정확하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 숙련된 운전원의 조작과 기술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조선소에서 어떠한 직종보다 그 전문성과 경력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번에 산재 승인을 받은 A씨의 경우에도 천장크레인 운전원으로 약 26년 11개월 간 근무했습니다.

과연 크레인을 운전해했던 A씨는 어떤 직업병에 이환됐을까요? 바로 폐암입니다. 사실 운전과 관련된 일로 폐암을 진단받아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그렇다면 A씨가 폐암으로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천장크레인을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실상 폐암과 인과관계가 미약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가 크레인을 운전했던 공간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폐암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게 됩니다. 

A씨가 근무한 가공공장의 형태를 보면 조립공장과 붙어있는 건물로서 둘 사이에 벽이 없는 구조로 이뤄져 절단된 강판을 바로 조립공장으로 넘겨 작업이 가능하게끔 돼 있습니다.

따라서 두 공장을 한 개의 공장으로도 볼 수 있으며, 각 공장에서 이뤄지는 절단·용접·사상 등의 작업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천장크레인은 운전실의 높이가 높고, 크레인 운전 작업 특성상 무전기를 사용해 신호수와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유해물질 노출에 취약한 환경이었습니다.

유해요인으로 꼽히는 용접흄 및 각종 중금속·디젤연소물질 등은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그 농도가 자연스레 옅어지지만, 해당 공장은 환기시설도 충분하지 못해 유해물질의 분진이 상승하다 천장에 머물러 운전원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즉 A씨는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을 이환시킬 수도 있는 유해물질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것입니다.

물론 A씨의 경우 어릴 적 비파괴 검사 업무를 수행한 점도 있지만 그 경력이 짧다는 점을 보았을 때, 천장크레인 운전원으로서의 장기간 경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실제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직업병을 승인받는데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산재신청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도 시야를 넓혀 다른 요인을 찾아 소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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