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국 장진회 회장
정형국 장진회 회장

연연칠백리 해안선을 바라보면서 자랑스런 선조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1970년대 들어서기 시작한 조선산업이 아니었다면 거제가 이렇게 부유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조선업이 이곳에 자리 잡기 전에는 인근 남해가 더 잘 살았다는 일화들도 있었다.

외부인들은 거제가 조선산업을 유치하면서 천지개벽 했다는 말들을 한다. 정부의 중화학 정책은 거제의 발전과 대한민국 산업계 고용창출의 일등공신이라는 것 또한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거제는 이런 성장동력을 갖게 되기까지 힘써 온 숨은 공로자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 늦기 전에 거제의 과거를 재조명하고 미래를 설계하자.

첫 번째 공로자는 거제 행정과 주민들이다. 인허가 업무를 담당한 행정의 노력에다 주민들의 희생과 협조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었다.

숨은 공로자 중 고인이 되신 분들도 계셨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도 있다고 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그들을 찾아 공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과거 모기업에서는 공직에서 퇴직하는 분들을 초대해 감사함을 전하고 위로하는 행사도 열었다고 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경유착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기에 퇴직하는 자리에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배려해주는 문화는 참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원로들을 다시 한번 더 찾아보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를 깊이 생각한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는 선조들의 명언이 뇌리를 스친다. 

두 번째 숨은 공로자로, 전국 팔도에서 이곳 거제에 조선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정착한 공업계 출신 기능인들과 대학 출신 공학도들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도시와 비교하면 전기·용수 모든 환경이 열악했다. 병원다운 병원이 없었고, 대학도 없는 곳이라 다들 기피하는데도 주거지를 옮겨 삶의 터전을 만들어 이곳에 자리 잡은 그들이 숨은 공로자들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지금 거제는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선조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처음부터 다시 준비한다는 자세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 거제의 정치·경제 지도자와 오피니언 리더에게 감히 청하고자 한다. '지역정치보다 지역경제가 먼저다'라고 강조하고 싶다. 지역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논리가 우선될 순 없다.

조선강국 코리아의 명성과 함께 국가경제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조선도시 거제. 태평양의 푸른 물결과 쪽빛바다의 풍광과 함께 천혜 관광도시 거제. 인구 30만 시대를 꿈꾸며 양대 기업 년 매출 30조를 달성했던 경제도시 거제였다.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인구는 23만 시대로 추락하고, 아파트는 공실이 증가하고, 불 꺼진 상가와 활동인구가 줄어든 지 오래다. 인구 21만 시대를 예측한 거제 지도자들도 있다. 

이제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며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파를 떠나 오피니언 리더들은 주인된 의식으로 투자유치에 힘을 다해야 한다. 상가를 경영하는 소상공인들과 행정은 관광객들의 유입을 위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친절한 맛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된다. 기업인들은 허리띠를 매는 것보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같이 나누는 의지가 중요하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수산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해선 안된다. 서로 신뢰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면이 바다인 거제는 바다가 생명수와도 같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판단해야 한다. 정치논리로 좌파우파 갈라쳐선 안된다.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물려받은 소중한 산하를 잘 사용하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고 떠나야 한다.

서로 험담하지 말고 서로 부둥켜안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삶이야말로 거제에서 살아가는 올바른 인생이 아닐까 싶다.

정형국 칼럼위원은

- 거제신문독자위원회 위원
- 공수특전동지회 회원
- 법무부 검찰청 범피위원
- 장진회 회장(거제시 자원봉사 1호 단체)
- 동국대학교 여해연구소 전략본부장
- 흥남철수기념사업회 대외협력이사
- 민주평통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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