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상 거제수필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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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고성군 삼산면 바닷가, 남포항을 한가로이 나는 갈매기와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있다면 좋으련만 인근 생활 폐기물처리장이다.

거제시 재활용센터의 자동분리기 교체공사에 이어, 고성군 생활폐기물 처리장 공사까지 맡아서 해 달라는 주문이 연이어 들어왔다. 폐기물 자동분리기 철거와 설치공사를 하는 무더운 복날이다. 나 또한 먼지로 돌아갈 날을 더듬어 보는 스산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명색이 생활폐기물 처리장이지 말 그대로 쓰레기하치장이다. 분리수거가 잘 될 재활용품은 파쇄하여 생산공장의 원자재로 공급되지만, 문제는 분리수거되지 않은 생활 쓰레기들이다. 이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동종으로 분리해야 재활용이나 매립 또는 소각으로 폐기할 수 있다.

새로운 기종의 폐기물 자동분리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비를 설치할 주변환경을 깔끔히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냄새가 고약한 먼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폐기물처리장으로 모인 쓰레기 중 자연 쓰레기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없다는 사실이다. 즉 인공 쓰레기들 뿐이다.

생활쓰레기 폐기장에 자연 쓰레기가 없는 까닭은, 스스로 먼지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는 목숨이 다하면 시들고 메말라 썩고 부스러져 검불과 먼지가 된다. 그 먼지는 바람에 날려 사람의 옷이나 피부에 묻어 그리운 땅을 찾아가기도 하고 코를 통해 폐로 흡입도 한다.

자연이든 인공이든 숱한 먼지를 푸석거린다. 직업에 따라 작업복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노화된 세포인 비듬이나 각질로도 떨어져 먼지를 날린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먼지가 되는 여정이다. 누군가의 먼지를 들숨으로 흡입하는 게 인연이고 흡입하고 싶어 애태우는 것이 사랑 아닌가?

비는 좋고 안개는 나쁘다 할 수 없듯 먼지의 물질은 작은 알갱이일 뿐이다. 자연에서 비롯된 먼지에는 자연 본연의 향이 있고, 인공 먼지는 인공된 특유의 냄새가 난다. 

세상 모든 사람은 자연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자연의 일부다. 사람마다 몇 줌의 재 먼지로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남기는 먼지의 종적과 향기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가 그리워하고 기릴 세상, 이왕이면 고운 먼지가 되라고 늠름한 위상을 드러내며 새로 설치된 폐기물 자동 분리기가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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