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53】 '가라산 사초군락'

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는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 플래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가라산 사초군락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가라산 사초군락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날은 흐르는 계곡에 걸터 앉아 발 담그고 시원한 수박 한입 베어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하필 이 더운 계절에 거제에서 가장 등산하기 힘들다는 가라산 자락으로 안내하는 사람이 있으니 거제 한컷의 류정남 작가다. 

시작은 "10분만 걸으면 됩니다"로 시작됐다. 목표는 거제지역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초 군락이었다. 사초 군락지로 향하는 가라산 산행길은 미끄럽고 질퍽하며 경사지기까지 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3분여 만에 넓고 시원한 사초 군락지를 만났다. 

화려한 존재감은 없지만 시원하면서 몽환적인 사초가 등산객과 산짐승의 발걸음을 피해 길고 촘촘히 자라있었다. 

청량한 산바람에 일렁이는 가라산 사초 군락에서 이번 거제한컷이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류정남 작가의 눈에는 고작 산행 3분 만에 만난 사초 군락은 맘에 들지 않는 듯했다. 

"이제 3분 지났어요. 진짜 10분이면 됩니다."

류 작가는 아직 한 컷팀에게 장소나 작품으로 실망감을 준 일이 없었기에 그를 믿고 산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정확히 7분 후 거제한컷팀은 류 작가의 말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거의 다 왔습니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등산에 대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한컷팀은 류 작가가 한 '조금만 더 거의'를 '이제 반 정도 왔나?'로 정확히 해석했고, 산행 시간과 거리가 늘어날수록 앞서는 류 작가의 등에 레이저(눈으로)를 쏘고 있었다. 

가라산 사초군락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가라산 사초군락에서. @류정남 사진작가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동안 거제한컷팀이 류 정남 작가를 섭섭하게 했거나 잘못한 점은 없는지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거제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의 매일 산을 오르는 류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됐다.

한컷팀의 원망을 온몸으로 느낀 류 작가의 발걸음은 가라산 7부 능선에서 멈췄고 이번 한컷의 촬영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사초(莎草)는 거제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자라는 야생초다. 산행길에서 쑥대머리처럼 길게 늘어진 풀을 봤다면 사초일 가능성이 크다. 

사초는 반음지나 음지에서 골고루 잘 자라고 양지바른 곳에선 오히려 생육이 불량하고 잎마름과 탈색이 있단다. 사초는 종류가 다양한 데 거제한컷이 담은 사초는 '가는잎그늘사초'로 알려졌다.

사초 군락이 있는 산기슭은 청량한 기운을 내뿜는데 이는 반음지나 음지에 자생하는 사초 뿌리들이 수분을 흠뻑 머금었다가 천천히 내뿜으면서 습지가 유지되기 때문이란다. 

거제한컷팀은 거제신문 독자들이 더 좋은 장소에서 인생샷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에 산행을 이어가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사초 군락에서 거제한컷을 남기고 싶은 시민은 산행을 하다가 사초 군락을 만나면 언제든 카메라를 켜면 될 듯하다. 

류 작가는 거제에서 사초 군락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 북병산자락과 노자산 케이블카 상층에서 가라산 가는 길목, 동부면 율포와 남부면 탑포 사이 노자산 오르는 등산길 등을 추천했다. 

사진촬영중인 류정남 작가. @최대윤 기자
사진촬영중인 류정남 작가. @최대윤 기자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이번 한컷 촬영은 조금만 더 오르면 더 환상적인 사초 군락지를 소개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는 반면, 황덕도 등대에 이어 연속 산행으로 고생한 거제 한컷팀을 위해 당분간 접근성 좋은 장소를 소개할 계획이다. 

거제에서 사초 군락을 촬영하기 좋은 장소는 북병산 일대와 노자산 케이블카 상층부에서 가라산 가는 길목, 동부면 율포와 남부면 탑포 사이 노자산 등산길도 좋지만 하늘과 맞닿은 가라산 정상부 가까이 자란 사초 군락이 최고인 듯하다. 

특히 가라산 자락에는 사초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논란은 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라산은 거제의 마지막 남은 생태 보고로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초 군락 촬영에서 모델은 사초 군락과 구분되는 산행길에 위치하면 좋다. 모델이 사초의 강렬한 초록색과 구분돼야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야생 사초는 산행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구불구불한 산길을 살려 촬영하되 포인트 배경이 되는 사초의 질감은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표현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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