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어떤 나라에 외눈박이 왕이 있었다. 왕은 나라에서 가장 실력 있는 화가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초상화를 본 왕은 크게 화를 내며 화가를 사형에 처했다. 외눈박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화가는 두려움에 떨며 왕의 없는 한 쪽 눈까지 그려 넣었다. 그도 목숨을 잃었다. 세 번째 화가는 눈이 있는 왕의 옆모습을 그렸다. 사실적이면서도 보기 흉한 다른 쪽을 가리는 기지를 발휘한 탓에 큰 상을 받았다.

인물의 옆모습(側面)이라는 뜻을 가진 프로필은 개인의 신상명세나 경력 또는 약력 등의 인물소개를 말한다. 건축의 측면도도 프로필이라 한다. 아이들의 그림은 옆모습이다. 집도 자동차도 강아지도 심지어 엄마 얼굴도 옆모습이다. 물체의 특징은 옆모습일 때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을 아이들이 먼저 안다.

'얼짱 각도'라는 것이 있다. 얼굴은 갸름해 보이고 눈은 커 보이는 등 얼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각도를 말한다. 정면이 아니라 왼쪽 눈을 기준으로 위로 45°쯤 되는 위치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면, 얼굴은 자연스럽게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지면서 왼쪽 측면상이 된다.

'한국명인초상대관(탐구사)'에 실린 196개의 초상화 중 정면상이 16개, 오른쪽 측면상은 단지 6개뿐이고 나머지 174개(89%)는 왼쪽 측면상으로 조사됐다. 그도 그럴 것이 잠시 지갑에서 1000원, 5000원, 1만 원권 지폐을 펴보라. 거기에 그려진 이황·이이·세종대왕의 초상화를 보면 모두가 왼쪽 얼굴이 중심이다.

왜 그럴까? 사람의 뇌는 우뇌와 좌뇌로 나눠지는데, 우뇌는 정서표현을 좌뇌는 논리표현을 담당한다. 그리고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좌뇌는 오른쪽을 관리한다. 그러니 감정이나 인상이 훨씬 잘 나타나는 왼쪽 얼굴을 자연스럽게 내밀게 된다.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옆모습을 훔쳐보면서 가슴 설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영정사진조차 옆모습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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