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재 구천마을 이장/시조시인
이덕재 구천마을 이장/시조시인

거제시 동부면 구천마을은 40여호에 주민은 8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나 면적으로는 우리 지역의 으뜸이다.

조선시대 500년은 중앙정부에 말(馬)을 공급하는 ‘구천동 목장’이었고, 1960년대에는 지금은 폐교된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개교하고 구천삼거리는 교통의 요지였다. 넓지는 않으나 자급자족하는 농지와 울창한 숲에서 장작과 숯을 생산해 당시로는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특히 맑고 풍부한 물은 주민의 자랑이었다. 구천계곡이며 구천동 물레방아는 ‘거제의 노래’나 ‘거제타령’에 나올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 좋던 물 때문에 이 마을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1987년 조선공단과 배후도시에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구천댐이 준공되면서 수려했던 구천계곡과 절골마을이 수몰되었고 이농 탈농의 시기와 맞물려 마을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위는 구천댐, 아래에는 동부저수지가 있다. 구천댐 건설 이후 동부저수지는 거의 해마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동부면 거제면 농경지가 가뭄을 겪고 있으며 구천댐도 물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과다한  용수공급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거제시 해양관광개발공사와 개인사업자는 2019년부터 주민 몰래 구천리 600번지 일원에서 먹는샘물(생수공장) 사업을 진행해 왔다.

거제시의회와 거제시의 담당자들이 제주 삼다수 돌아보기와 사업설명회를 하고 시의회에 보고를 할 때까지도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2021년 7월 ‘서당골 먹는샘물’ 주민설명회를 하면서 지역에서는 위기상황을 감지하고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주민설명회는 행사 하루 전에 주민에게 통보했으며 자료의 부실함 등으로 볼 때 요식행위로 치르려고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주민들은 자체 기금을 마련하여 플래카드 게시와 생수공장이 있는 지역을 수차례 돌아보며 생수공장의 폐해를 알아봤으며,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앞으로 반대 서명부를 전달하고 ‘생수공장 바로알기’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마을주민과 동부면민이 합심하여 반대운동을 한 결과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서는 2022년 12월 사업종료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미련을 갖고 생수공장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구천리 서당골 계곡 일대는 거제에서는 숲과 계곡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수달과 남방동사리가 살고 멸종위기종 애기송이풀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천년기념물인 팔색조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식생, 고라니 멧돼지에 온갖 새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보고에 생수공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려받은 산하는 다음 세대에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

이곳 구천리 산96번지 일원은 거제시에서 시민 휴식공간인 ‘치유의 숲’으로 확정했던 곳이다. 국립 난대수목원을 유치하겠다며 ‘치유의숲’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고 15만 시민 서명운동 등을 벌인 난대수목원 유치사업은 실패했다.

난대수목원 유치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한·아시안 국가정원을 들먹이다가 장소가 변경되었고 한·아시안 국가정원도 성사유무가 불투명한 상태다. 

지역 정가는 생색낼 일이 있으면 서로 공을 내세우다가 불리하면 슬며시 꼬리 내리고 소리없이 사그라진다.

구천마을은 주민이 적다는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대로 떡 주무르듯 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용수공급 댐 아래에 살면서도 상수도 보급률이 10%대라면 듣는 이들이 놀란다.

제약은 많으나 혜택이라곤 없는 마을이다. 거제시의 중추 산업인 조선업 현장과 배후도시에 용수를 공급하는 큰 역할을 하면서도 정쟁이나 사욕에 이용당하는 마을의 아픔은 크다.

댐에 저수지에 이제는 지하수까지 퍼내려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은 보존이 우선이고 지하수는 우리 모두의 재산인 공공재이다.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과 이용은 지표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식생의 변화가 잇따르고 고유의 생물들이 사라지는 위기가 닥칠 것이다.

잘 지켜온 이 숲과 계곡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심신을 추스르는 쉼터여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지역의 중추인 조선산업과 관광업의 융성과 함께 잘 보존된 우리 지역의 숲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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