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근 거제신문 전 편집국장
배종근 거제신문 전 편집국장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보던 현 거제신문 편집국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년이 거제신문 창간 35주년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기고'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가 할게요." 호기롭게 말했던 순간부터 이 글을 끝맺기까지 지난한 고민이 시작됐다. 우선 자유기고 이다 보니 주제가 없다. 주제가 없으니 한 줄 쓰기가 힘들어진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거제와 관련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 말고는 막막하기만 했다. 계속 고민을 하다가 '관광거제'에 생각이 머물렀다.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관광산업 육성을 주장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그만큼 만만한 사업이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관광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관광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기초단체가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거제도 마찬가지다. 관광도시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관광도시가 맞는지 항상 의심하게 된다. 몇개의 리조트가 있다고 관광도시가 되고, 몇 개의 관광단지가 있다고 관광도시가 될까. 기초단체는 아니지만 제주도가 관광도시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거제시가 관광도시라고 하면 얼마나 공감할까. 비슷한 규모의 여수는 어떨까, 또 통영은?

개인적 판단으로는 거제보다는 훨씬 더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수는 '밤바다'로,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로 기억된다. 그런데 거제는? 여수와 통영은 이 문구들로 사람들에게 이미 각인됐다. 각인효과는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단축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반면 거제는 사람들에게 뚜렷이 각인될 이미지가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선산업의 메카'는 관광과는 거리가 멀다. 잘 아는 지인(?)이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외국에 거제시를 알리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메카'라는 표현이 딱 좋다. 그러나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관광도시 거제를 말할 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거제가 관광을 정말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관광도시 거제'를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라는 것이 굳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으면 된다.

'홈 스위트 홈'이라는 단편소설로 제4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 작가는 수상소감 중에 "오랫동안 꿈꾸면 기억이 됩니다. 기억이 된 미래는 마침내 나타납니다"라고 썼다.

그가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속초를 직접 방문하고, 자신의 상상과 일치했던 속초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왜 작가는 다른 많은 도시들을 두고 속초에 가고 싶어 했을까? 속초의 겨울바다는 흐리고, 광활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흐리고, 광활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는 거제에도 있다. 속초보다 더 멋진 이국적 풍경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거제가 아닌 속초를 떠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이것이 바로 '심리적 거리'의 차이라 생각한다. 그에게 속초는 '흐리고, 광활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의 결말을 맺어야 하는데,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필자가 정답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정답은 바닷가를 해맑게 뛰노는 아이가 내뱉은 한 마디가 될 수도 있고, 거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전제될 때 우리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기억이 된 미래'는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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