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는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 플래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거제시 칠천도 부속 황덕도에 있는 등대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칠천도 부속 황덕도에 있는 등대서. @류정남 사진작가

옛날 사람은 없고 노루만 뛰놀던 숲이 울 우거진 섬이 있었다. 그래서 이 섬 밖에 살던 사람들은 이 섬을 ‘노루가 뛰어노는 언덕’이라 불렀고 줄여서 ‘노런덕’이 됐고, 이후 ‘노른덕’, ‘노른디기’로 부르기도 했다. 

노루만 살던 섬은 300여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살면서 울창한 숲의 나무는 점점 사라졌고 그때부터 이 섬은 누런 황토가 보이는 언덕이 있는 섬이라고 해 ‘누런섬’이 됐다. 

또 한때 100살 이상의 노인들이 많아 ‘장수섬’ 또는 ‘노인덕도(老人德島)’라고도 불렀다. 그러다 지난 2015년 다리가 놓이면서 차로 갈 수도 있고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이 섬은 노루눈 없고 고라니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다만 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원주민(?)인 노루를 닮은 고라니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황덕도에서 본 칠천도. @류정남 사진작가
황덕도에서 본 칠천도. @류정남 사진작가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섬을 지금은 황덕도(黃德島)라 부르고 있다. 이번 거제 한컷의 장소인 황덕도 등대가 있는 황덕도는 거제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유인도인 칠천도에 딸려 있는 ‘섬 안의 섬 안의 섬’이다.

황덕도로 가려면 칠천도 대곡항에서 연도교인 황덕교를 건너야 만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4월 완공된 황덕교는 오랫동안 배가 없으면 육지를 쉽게 왕래할 수 없었던 황덕도를 만나게 해 준 연결고리다. 

1차선 같은 2차로 접속도로(길이 527m)와 연도교(길이 263m·폭 5.5~7.5m)인 황덕교를 건너면 황덕도의 해안도로와 만난다. 

황덕도의 해안선 길이는 약 3.6㎞로 이중 해안도로는 2.6㎞만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오히려 지나는 차량이 적고 복잡하지 않아 고즈넉함과 바닷가의 빼어난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거제시 칠천도 부속 황덕도에 있는 등대서. @류정남 사진작가
거제시 칠천도 부속 황덕도에 있는 등대서. @류정남 사진작가

바다로 내려온 별, 황덕도 등대 가는 길 

등대에 오르는 길에는 황덕도의 지명 유래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황토밭을 지난다. 아직도 고라니가 많아 여기저기 높게 친 고라니 방지용 그물이 등대로 오르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됐다. 

이정표를 따라 황토 오솔길과 맹종죽 숲을 지나 우거진 동백 숲을 10여분 걷다 보면 황덕도의 상징과 같은 하얀 등대가 나온다. 

이 등대는 지난 1969년 만든 무인 등대로 부산에서 여수로 이어지는 뱃길을 밝혀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강아지풀 연출. @류정남 사진작가
강아지풀 연출. @류정남 사진작가

등대 정상에서는 거제 본섬과 칠천도, 멀리 육지의 도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청량한 갯바람이 등대를 만나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를 감수하고 10여분 동안 오르며 흘린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류정남 작가는 등대가 해안선에서 불빛을 비춰주는 역할 외에도 감성 충만한 사진 명소가 될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등대는 바다 사람들의 길라잡이기 때문에 조망이 좋은 곳에 설치되기 때문이란다. 

현재 등대는 지난 2006년 개량·보수한 등대다. 예나 지금이나 황덕도 등대의 불빛은 분주하다. 황덕도 주변 황금어장을 지나는 선박, 낚시 배, 양식어장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등대는 바다로 내려온 별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밤하늘 별빛이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한 것처럼 지금 등대가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 한컷도 거제의 숨은 비경과 관광지를 알리는 길라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덕도 등대를 배경으로 촬영중인 류 작가. @최대윤
황덕도 등대를 배경으로 촬영중인 류 작가. @최대윤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황덕도는 지나는 차량이 드물어 해안도로가 한산하다. 등대로 가는 길은 황덕교를 건너 황덕교회 방향으로 가는 코스와 황덕마을회관 방향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황덕교회 방향에서 동쪽 해안도로 끝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등대로 오르는 거리는 짧지만 가파르고 잡초가 무성해 무더운 여름에는 피하기로 했다. 

반면 황덕마을회관 방향에서 부두 맞은편(황덕도길 47)으로 가는 코스는 황덕도 동쪽 해안도로 끝에서 출발하는 코스보다 거리는 멀지만 비교적 완만한 비탈길이 이어져 있다. 두 코스 모두 10~15분이면 등대에 도착한다. 

황덕도 등대 주변은 수풀로 우거져 탐방로 개설 및 주변 잡목제거가 시급하다. 15m 높이의 등대를 운영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거제9경 후보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일품인 황덕도 등대 주변의 풍광은 거제관광 명소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황덕도 등대에서 한 컷은 휴대폰 촬영에 최적화돼 있다. DSLR의 경우 광각렌즈를 추천한다. 사진촬영은 등대와 주변 풍광을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카메라 렌즈각을 아래에서 위로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에 지천으로 핀 강아지풀로 하트를 만들어 역광사진을 촬영한 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도 좋을 듯하다.

드론으로 촬영한 황덕도. @류정남 사진작가
드론으로 촬영한 황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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