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산달도에서 태어나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기도 전에 바다를 먼저 안 인연으로 평생 어부가 된 청명수산 박명재(69) 대표는 거제 바위굴이 세계인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거제 대표 수산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가난한 집안 2남4녀 넷째로 태어나 중졸이라는 학력이 늘 마음속 가시로 상처를 안고 살았다. 주변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부모님이 물려주신 부지런함과 손재주·눈썰미로 밥은 굶지 않고 살았다고 했다.

중학교 졸업 후 열일곱 나이에 형님을 도와 굴·미더덕 어장에서 일을 배운 그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와 같았다.

굴 어장 일은 자연에 맞춰 일이 이뤄진다. 물때와 기후에 따라 작업시간이 정해지기에 이른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달려야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그때는 몸은 힘들어도 집안을 일으키는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며 잠시 지난 추억에 눈시울을 붉혔다.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밥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는 늘 일만 했고 여기에 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방법을 연구하는 습관이 바위굴 인공양식 기술습득과 특허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위굴은 수심 10m 이상의 바다속 바위에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해양성 패류이다. 일반 굴에 비해 월등한 크기에 한번 놀라고 맛에 두 번 감탄한다는 바위굴. 해녀들이 채취하는 자연산에만 의존하면서 그 양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귀한 황제 수산물로 알려졌다.

그런 바위굴이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기관의 판단에 정부는 인공종묘 기술 개발에 들어갔고 이후 성공한 인공종묘를 2007년 거제·통영·고성 등 굴양식 어민들에게 보급했다.

박 대표도 그때 거제 수산기술사무소에서 종묘를 보급 받아 시험양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품화까지 4년이라는 시간과 양식 방법이 체계화되지 않은 까다로움에 대다수의 어민들이 양식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자신만의 기술 습득을 이어 나갔다.

이러한 집념과 노력으로 일궈낸 바위굴 양식기술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그 크기와 맛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6년 TV방송에 소개된 이후 인터뷰가 쇄도와 없어서 못팔 정도로 대박을 기록했다. 지금도 4월 하동군 벗굴축제 시기에는 없어 못 파는 인기상품이다.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바위굴 거제 대표 수산물로 키워야

박 대표는 굴 양식만 50년 이상 해온 이 분야 베테랑 장인이다. 그런 그에게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굴의 대표도시는 통영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 굴은 통영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해 시에서 소비 촉진 운동 등 많은 관심과 지원이 끊이지 않는 반면 거제시는 굴을 비롯한 수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 어민의 한 사람으로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물론 그동안 거제의 핵심 산업이 조선업이었기에 수산업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 받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사면이 바다인 지정학적 현실을 평가해 보면 지금이라도 수산업에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젊은 청년들이 바위굴 양식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움이 짧아 남을 가르칠 능력은 없지만 굴 양식기술 하나만큼은 교수도 알지 못하는 것을 알 정도로 해박한 현장 지식을 인정받아 국립경상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출강도 나가고 있다.

또 좋은 세상이란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어촌을 위해 미력한 능력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10여년 전 다 같이 잘사는 부유한 어촌 만들기를 위해 법동어촌계장을 맡아 6년간 봉사했다. 그 당시 전국에서 법인 어촌계 주축으로 마을 소득사업으로 공동어장 운영과 해상 낚시터와 해상 콘도 등 여러 수익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그때 박 대표가 어촌계 소득사업으로 해상 콘도를 지자체 지원사업으로 신청한 것이 자리를 잡아 지금은 11개까지 늘려 어촌계 소득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또 자율관리공동체 우수어촌계로 선정돼 인센티브성 지원사업 유치로 가난한 어촌마을에 소득을 올리는 신바람 운동을 불어 넣은 장본인이다.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바위굴 양식기술 특허자, 청명수산 박명재 대표. @강래선

오염수 방류 정치권 악용 안돼

6년간 심혈을 다해 맡아온 어촌계장을 그만두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인의 질병 때문이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에게 시집와서 시어머니와 두 아들을 키운 고마운 아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게 된 것이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35만원짜리 두 칸 초가집을 얻을 때도 누구보다 기뻐하고 콩나물 공장 사업으로 1년 만에 전 재산을 탕진했을 때도 자신을 믿어준 아내가 좀 살만해지니 병을 얻은 것이다.

그때 아내를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쫓아다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외부 활동을 자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금 수산업계 가장 큰 이슈로 부상되고 있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민들이 입는 피해보다는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현실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은 수산물에 대한 불신감을 없애는데 여야 정치인과 정부가 나서 수산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과 수산물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지혜를 모을 때라고 조언했다.

천일염 사재기 열풍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시장에는 수산물이 안 팔려 양식어민들이 다 키운 고기를 출하하지 못하고, 생산 어민에서부터 상인들까지 피해자만 늘어나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내일이라도 정치권이 먼저 합심해 피해 최소화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길 바란다며 소망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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