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작년 3월, 인천의 모 주점에서 싸움이 났는데 20대의 한 여인이 휘두른 하이힐 굽에 맞아 실명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하이힐을 위험한 흉기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월에 처했다.

하이힐은 굽이 높은 구두의 총칭이다. 대표적인 것이 섹시함과 우아함의 상징인 '스틸레토 힐(Stiletto heel)'이다. 대개 6~9㎝이지만 높은 것은 12㎝ 넘는 것도 있다. 스틸레토는 찌르기용으로 쓰이는 가늘고 긴 단검을 말한다. 힐굽에 실리는 힘의 압력은 코끼리가 밟는 것보다 크다고 한다. 여자의 호신술 중 하이힐을 신었을 경우 치한의 발을 뒤축으로 밟는 기법도 있다.

하이힐의 등장은 화장실이 없었던 중세시대 거리에 널브러진 똥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똥을 밟지 않기 위한 신발은 '패턴'이라는 굽 높은 나막신이 따로 있었다. 하이힐은 그런 위생용품이 아니라 중세 귀족들의 패션용품이었다.

하이힐은 160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신발이었다. '짐은 국가다'라고 했던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그림 속에는 하이힐만 신고 있다. 본래의 하이힐 용도는 말안장의 양쪽 옆구리에 발을 거는 '등자'라는 고리가 있는데, 뒷굽이 있으면 발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됐다.

여성용 하이힐은 루이 15세의 애첩 퐁파두르 부인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베네치아 궁정의 연회 때마다 부축받아야 할 만큼 높은 하이힐을 신어 '나는 걸을 필요가 없는 신분입니다'라는 것을 암시했다. 이후 하이힐은 귀족의 특권처럼 신기 시작했으니 여성 하이힐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이힐을 신으면 까치발 효과로 키를 커 보이게 하고, 엉덩이가 위로 살짝 올라가면서 몸매를 돋보이게 해준다. 거기에 섹시함이 강조된다. 하이힐의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 부작용은 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여성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패션이란 자신의 인상을 창조하는 미학적인 자기결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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