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칼럼위원

▲ ▲ 법타 스님 / 거제불교 거사림 지도법사, 기원정사 주지
인각유심(人各有心)이요
심각유견(心各有見)이라.

사람마다 마음이 있고 마음마다 보는 것이 있다.

가을은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과 맑은 개울과 단풍이 있고 집집이 곡식을 수확하는 신바람 나는 좋은 계절이다. 하늘과 땅과 두두 물물이 제 모습 각각 드러내고, 우리의 마음도 밝은 달되어 자연 앞에 두 손 모아 감사의 합장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산천초목은 갈증을 만나 고통이 심하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텃밭은 말라 농심은 더욱 지쳐만 간다. 촌노(村老), 세월의 흔적위에 스쳐가는 가을바람도 열풍(熱風)이라 맺힌 땀방울도 실어가지 못한다. 가슴 저민 백성들 촛불 들고 거리에 나선 뜨거운 민초의 마음을 진리의 법계도 헤아렸을까.

‘파스칼’이 말하길 “몸이 굽으니 그림자도 굽다”하였다. 어찌 그림자가 굽은 것을 한탄 할 것인가. 민심이 천심이니 바른 세상 오기만 기다려본다.

가을은 하심(下心)하는 계절이다. 잎들은 내리고 씨앗은 고개 숙인다.

땅은 어미와 같이 모두가 받아 거두어 지닌다. 자연은 우리에게 진실을 가르친다. 그리고 “방하착(放下着),”선사들은 화두로 관한다. 인생살이에 고통이 될 만한 짐들을 모두가 내려놓으라고 당부한다.

오늘의 아픔과 고통을 대비(大悲)의 양팔로 보듬고 대자(大慈)의 보살심으로 나누며 좋은 계절을 스스로 만들어 지니라고 권한다.

따스한 햇볕에 얼음이 녹듯, 맑은 가을 햇살에 오곡이 영글듯, 시절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모두가 감사함과 긍정적 사고로 받아들여 살라 한다.

화엄경에서는 “모든 중생이 부처와 같은 지혜와 덕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망념과 집착 때문에 이를 증득 할 수 없다” 고 하였다. 가을을 가을답게 보지 못하는 눈의 흠이 아니라 가을을 잃어버린 마음의 탈이다.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오곡은 가을이 깊을수록 고개 숙이고, 도는 무르익을수록 존경 받는다”라고 하지 않든가. 맑은 공기 그리고 가을 냄새, 몇 권의 책과 벗하고, 성인의 말씀 새기며 살아보자.

범성동거토(凡聖同居土), 성인과 범부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여기이다. 부귀영화를 분별 말고 함께 공존하며 사랑으로 즐기는 우리들 살림살이, 고운 얼굴 코스모스와, 국화의 진한 향기를 마시며 손에 손잡고, 웃음 가득 행복을 나르는 그런 시절이었으면 한다.

“화복무문(禍福無門)인데 유인자초(惟人自招)로다.”

화와 복은 드나드는 문이 없는데, 자신이 그들을 초청 한다는 뜻이다. 자비심으로 가족과 이웃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은 오곡이 영글듯 오복이 함께한다. 내리지 못함은 재앙을 부르고 하심은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가을이 주는 교훈이라 여겨진다.

10월의 단풍놀이,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 고운 낙엽 속에 추억을 새기고 싶어 한다. 자연 앞에 탄성을 지르지만 떨어진 낙엽도 쓰라림이 있다. 애별이고(愛別離苦)와 오음성고(五陰盛苦)의 눈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육신이 무너지는 것이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절규한다. 가을의 노래는 사랑 이별 고향의 주제가 많고 인생무상의 가사가 우리의 빈칸을 채워준다. 쪽빛바다에 자금색 노을이 내린다. 손에 잡힐 듯 서방의 극락이 곁에 있는 모습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유람선이 항구를 벗어나지 않듯이 화두를 들고 가을 산을 헤맨다.

끝으로 하늘과 땅, 모두가 우리 삶의 소중한 생명이기에 가꾸고 지키며. 청아한 국향(菊香)마주하고 이웃과 담소하며 찻잔에 정 넘치는 가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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