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보건소 이종훈 소장

이종훈 거제시보건소장. @강래선
이종훈 거제시보건소장. @강래선

거제시보건소에 새바람을 일으킬 적임자가 지난 1일 부임했다. 

여러 차례 공모에도 자격을 갖춘 전문인 부재로 거제시 행정직 공무원이 담당해온 거제시 보건소장 자리에 서울대 의학과 출신 이종훈(55) 노인 치매치료 전문연구원이 보건소장으로 발탁돼 거제시 공공의료 분야에 한줄기 등불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알츠하이머 등 노인성 치매가 세월의 변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이라는 의료계 상식을 부인하며 염증성 질환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종훈 보건소장은 199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년 정도 인턴으로 근무한 이후 줄곧 난치성 질환 치료법 개발연구에 전념해 왔다. 

다들 부러워하는 국내 최고 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경제적 부와 명성이 보장된 전문의 자격취득 후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서울대병원 의학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 등 노인치매 치료제 개발과 같은 순수과학에 매진하게 된 것도 그만의 아픔과 사연이 있다고 밝혔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했다. 중·고교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의대로 갔다. 하지만 의사를 직업으로 하기는 싫어 난치성 질병치료제 개발이라는 분야로 전향했다. 어린시절 자신을 도맡아 키우신 외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는데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때 충격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치매 없는 건강한 거제

미래가 보장된 의사란 직업을 포기하고 노인치매 치료제 분야 연구원으로 25년을 살아온 그가 이번에는 거제시보건소장이라는 공공의료기관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것 또한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2021년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인 시점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 장례를 끝내고 그동안 연구한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현장에 나가 접목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곳 저곳을 알아보는 중 시보건소장 공모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곳이라는 판단에 지원했다고 한다. 

그가 거제를 적합지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거제가 치매 없는 건강한 도시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과 평소 관심있게 봐둔 자살률 증가를 막기 위한 예방책 마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장은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는 우선 환자가 항우울성 치료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은데 이 또한 자살 시도자가 많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처방을 꺼리는 의료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개선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의욕을 쏟아냈다.

아직 출근 일주일에 불과해 현황을 하나씩 파악 중이지만 이미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밑그림이 잘 그려져 있기에 축적한 지식을 현장에 풀어 놓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종훈 거제시보건소장. @강래선
이종훈 거제시보건소장. @강래선

- 거제시보건소장에 지원한 동기는?
=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발생한 어머니가 2008년 편도체 아미그달라에서 소와(상피의 작은 함입)가 확인됐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진행속도 완화치료만 가능했던 시기에 연구로 알게된 뇌세포 염증 치료를 통해 회복시킨 경험이 있다. 

또 코로나19의 창궐로 마땅히 치료 관리법이 없는 노인성 질환자에게 필요한 의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지원하게 됐다.

- 보건소장으로의 각오는?
=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 기관에 의사 출신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언론에 자주 소개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념이 돈 많이 버는 의료기술자로 전락한 것이 한몫 한 것 같다.  

대학에서 의학공부를 할 때만 해도 난치성 질병 치료제 개발 등 순수연구 분야로 진출을 꿈꾸는 사람이 5%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산부인과·청소년소아과·외과는 지원자가 적어 대학병원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이런 현실에서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에 일하는 의사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소명감을 가진 훌륭한 사람들이 이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 거제 출산률이 0.78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 그렇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훌륭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어느 곳이나 틈이 있기 마련이다.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의 역할은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훌륭한 의료진을 갖추기보다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이 최첨단 의료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의료서비스 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실제 거제가 당면한 의료현안 중 하나는 심뇌혈관계 치료시설이지만 우선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공공 병원을 짓기 보다는 그 재원이 이미 갖춰진 의료기관과 협업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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