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거제경실련 정책위원장
고영주 거제경실련 정책위원장

2021년에 작고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정복자' 제7장 인간 본성에 새겨진 부족주의의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친숙한 유대 관계로부터 본능적인 위안과 자긍심을 이끌어 내는 집단을 형성하고 경쟁 집단에 맞서 자기 집단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것. 이 두 가지야말로 인간 본성, 따라서 문화의 절대 보편적 성향이다."

이 문장,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고, 윌슨이 가장 가치 있게 여겼던 것을 곡해할 소지가 다분한 까닭이다. 그저 그러한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윌슨이 얘기하는 부족주의는 집단주의 성향의 다른 표현일 텐데 이와 관련한 연구는 사회 심리학·인지 심리학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어왔다. 사람은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으로 집단이 형성되고 나면 거의 본능적으로 내집단을 옹호하고 내집단의 구성원을 선호한다.

이러한 성향은 특히 스포츠에서 정점을 찍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에야 거의 일상이 돼버린 프로스포츠의 세계가 그러하고 국가대항전이 그러하다.

지난 3월30일은 K4리그에 속한 거제시민축구단이 FA컵 2라운드에서 K3리그 소속팀 경주 한수원FC를 맞아 싸우는 날이었다. 필자는 한 행사의 뒷풀이 자리에 가 있었다. 그런데 애초 선발 라인업에 속하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된 거제시민축구단이 정예 멤버들을 출전시킨 경주 한수원FC를 이겨버린 것이다.

뒷풀이 자리에 거제시민축구단 서포터즈 몇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마치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쁨을 표출했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는데, 바로 이것이 집단 내 구성원으로서 얻는 깊은 만족감이며 원초적 욕구의 충족이다.

그런데 이 서포터즈는 월드컵 같은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면 곧바로 내집단의 범위를 대한민국으로 넓힌다. 즉 더 높은 수준으로의 부족주의로 아주 쉽게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외집단이었던 경주 사람들이 내집단의 구성원이 되어버린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협조까지 얻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작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이고, 전 세계가 오염수 방류가 가져올 후과에 대해 두려워하고 염려한다. 부족주의를 이루는 내집단의 수준이 거의 인류 전체로 격상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IAEA 보고서는 '안전하다'라는 말이 없고, 방류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문제가 일어나면 일본에게만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사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 정당들을 보자. 어떤 정당의 구성원들은 오염수 방류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마치 그들의 내집단이 대한민국이나 동아시아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다른 정당의 구성원들은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비론을 참 싫어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각각의 정당에 속한 구성원들이 전부가 그렇지 않겠지만, 한쪽은 최고 권력자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다른 쪽의 일부는 정치적 이득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적어도 거제시 의회만큼은 일본 미야기현 의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적어도 거제에서만큼은 이 문제에 대해 내집단의 수준을 높였으면 한다. 

그리해 거제 어민들, 해양생태계, 미래 세대들 모두를 지키는데 힘을 함께 보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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