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련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거제지회장 
원순련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거제지회장 

거제가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내 온 것은 예술가·거제시· 시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문화와 예술이 없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기에 모두들 삶의 모습에서 문화·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등한시 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거제시와 문화.예술을 책임진 사람들, 거제시민들이 이런 오랜 답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결과가 이번 제61회 거제옥포대첩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거제옥포대첩 축제는 모든 거제시민들이 함께 한 노력으로 이뤄졌기에 성공리에 치루어진 축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출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문을 연 이번 제61회 옥포대첩 축제는 그동안의 답습에서 벗어나 많은 변화를 시도했음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먼저 장소를 근접성이 좋은 옥포수변공원으로 선정하고, 시간대도 저녁으로 변경했기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이뤄진 축제는 상징성은 있는 장소였지만 시민들이 함께 하기엔 먼 거리였고, 일손을 놓고 축제에 참여하기가 어려웠기에 솔직히 관계자 외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진 못했다.

다음으로 다양한 체험을 활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 축제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승전고에 걸맞는 놀이와 이순신과 옥포만을 연결하는 각종 체험활동이 참가자들에게 흥미를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과 음악과 시낭송이 울려 퍼져 문화와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옥포대첩행사에서 거제시민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것은 ‘블랙이글스 에어쇼’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거제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어쇼가 입소문으로 번져가 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옥포수변공원으로 몰려들었다.

같은 시각, 같은 마음이 되어 옥포만의 창공을 곡예하는 8대의 비행기를 바라보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 어마어마한 재정이 요구되는 에어쇼를 어느 기업에서 제공했다는 입소문이 퍼져 에어쇼를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고마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 ‘블랙이글스 에어쇼’는 어느 기업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민선8기 박종우 시장님과 거제시가 이번 거제옥포대첩 축제를 거제시 대표축제로 키워나가겠다는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유치하게 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난 1월부터 거제시 문화예술과에서 공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 ‘블랙이글스 에어쇼’에 공모신청서를 내고, 6회에 걸쳐 임진왜란이 육해상 첫 승전 기념의 호국문화축제임을 강조하며 축하 비행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정 끝에 지난 6월 공군 본부로부터 축하 비행 세부계획을 통보(T-508 8EO) 받았다고 한다.

이 행사를 위해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조종사 11명·지원 요원33명)이 함께 했으며, 사전 훈련이 2회에 걸쳐 실시됐다. 이번 행사에 25분 정도의 에어쇼가 진행됐는데 이 모든 것이 전액 무료로 지원됐다고 한다. 참으로 박수를 보낼 일이다.

‘새는 알을 깨고 세상을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굳이 데미안과 싱클레어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 모든 이들에게 적용하여도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은 두렵고, 걱정되고, 그리고 변화 자체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답습해 온 행사가 얼마나 많은가?

이런 어려운 변화를 이번 ‘제61회 거제옥포축제’에서 보여준 것이다. 새로운 축제를 위한 거제시의 노력과 재정적 뒷받침, 이 일을 맡았던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창의적 기획력, 열정이 넘친 거제예총의 예술 아이템, 그리고 참석한 모든 분야의 정성으로 새로운 축제가 탄생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시각에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번 축제에서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같은 시각으로, 같은 시점을 바라보았기에 승전고가 울리던 옥포만에 ‘출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을 울렸던 축제를 성공리에 개최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막공연에서의 아쉬움도 많았다. 그러나 어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던가? 평가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준다면 62회 축제는 정말 기대해 볼 만한 축제가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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