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1972년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탁구를 처음 알게돼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자주 탁구장에 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당구 대신 탁구를,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틈틈이 탁구를 했다.

이후 테니스에 자리를 내줬다가 2004년경 부산에서 3년쯤 탁구를 했다(막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바람에). 그때 펜홀더에서 셰이크로 바꾸고 제대로 된 현대 탁구의 맛을 보았다. 그리고 2010년 거제로 오면서 1년쯤 탁구를 했다. 이후 10년간 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2월 내가 사는 지역에 탁구장이 들어오면서 나는 5개월째 이 작은 공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탁구장에서 제일 인기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절·매너·에티켓이다. 2004년경 부산에서 운동할 당시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긴(볼품없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있었다. 실력도 나보다 조금 못했으니 전체 회원으로 보아서는 중상쯤.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에게나, 심지어 10살이 어린 사람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러니 제일 인기가 좋은 사람 즉, 안티가 없는 사람이 됐다. '아하! 나도 이 사람의 태도를 배워야겠다.' 그러나 막상 나이 어린 사람에게까지 또한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깍듯이 대하기는 어려웠다. 

탁구장에는 매너 좋은 사람도 있고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다. 며칠 전 탁구장에서 내 나이쯤 한 사람이 내게 아주 무례한 행동을 했다. 그래서 엄청 기분이 나빴다. 

이에 내 마음을 살펴보자. △무엇에 집착하는가?= 탁구장에서 누구나 매너가 좋아야 한다는 내 생각 △중요한 일인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한다면 이 사건은 극히 사소한 일이다(내려놓음, 방하착). 아직 살아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일이 없었다면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감사할 일이다.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새옹지마·나비효과= 나빠 보이는 이 일로 인해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할 일은 다 했는가? 진인사대천명(내맡김)= 되도록 이 사람을 피하자! 내가 그를 고치기는 힘들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후의 인생이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평화롭다.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가?= 화는 이해의 부족에서 나온다. 그가 어떠한 성장환경과 성격을 가졌고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니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두 번째 화살은 맞을 필요가 없다. 

△알아차림과 호흡= 그래도 화가 나고 불안·걱정 등 부정적 감정이 생긴다면 그런 감정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호흡에 집중하라. 어느새 평온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붓다는 그날 아침도 혼자서 탁발(걸식)을 가서, 어떤 부잣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그 주인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붓다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아니? 욕설하는데 어찌 웃고만 있나?"
"그대 집에 가끔 손님이 오는가?"
"오지."
"그들이 가끔 선물을 가져오는가?"
"그렇지."
"그 선물을 그대가 받지 않으면 그건 누구의 것인가?"
"그러면 당연히 그 사람 것이지."
"욕설도 마찬가지라네. 내가 받지 않으면 누구의 것인가?"

여기서 '욕설을 받지 않는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을 내 마음에 담아둬서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