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만 경남도의원
정수만 경남도의원

합계출산율 0.78%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이제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준이다. 이에 정부도 대통령 직속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난 10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상황은 경남도 다르지 않다. 2021년 기준 경남도가 저출산 대책으로 쓴 예산이 총 1조6582억원인데 같은 기간 동안 도내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1만5562명이다. 어림잡아도 아이 한 명당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집행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를 출산한 가정 입장에서 볼때 1억원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행정이라는 것이 거대한 관성에 의해 움직이다 보니 작년도 정책과 예산이 기준점이 돼 진행되는 이른바 ‘점증주의 방식’의 모습을 보인다.

즉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 개인의 입장에서는 신규 정책 등을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법보다도 이미 시행되어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의 효과성이라는 관점과 함께 행정의 시각이 아닌 시민의 시각에서 거제의 인구 현실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거제의 인구지표를 살펴보자. 거제인구는 지난 2016년 25만7183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감소를 거듭해 2023년 5월 현재 23만4926명으로 7년 동안 무려 2만2257명이 줄어들어 9.5%의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같은 기간 동안 0~14세의 유소년층은 9075명, 15~64세의 생산활동층은 1만5794명 각각 줄어들어 총 2만4868명의 젊은 인구가 감소했다. 그 규모가 약 2만5000명의 의령군 전체 인구와 비슷했다. 

이러한 거제의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해 흔히들 조선 경기불황에 따른 것이라고들 분석하지만, 근시안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기회가 된다면 거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상당하며 그것의 주된 이유가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는 통계자료를 볼 때, 거제의 인구감소가 일시적인 조선 경기침체가 아닌 거제의 낙후된 교육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거제 인구감소 문제는 교육환경 개선을 통해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육공무원의 정주 여건 안정책이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거제는 근무기피 지역으로 초임발령자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게 많다. 전보제한 연한만 채우면 다른 임지로 떠나려고 한다. 실제로 올해 경남도내 초임발령자의 43%가 거제에 배정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초임발령 교원이 많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일단 경험이 적은 교원들이므로 10년 이상의 숙련된 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수·행정 등의 능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거제에 오자마자 전보를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 전반에 대한 열정이 낮아 전반적인 교육의 질 저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도내 산청군의 경우 공무원아파트를 건축해 일정 요건이 되는 교육공무원들에게는 거의 무상에 가깝게 임대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거제에서도 교육공무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청소년·학생 중심의 다양한 교육문화 정책의 개발이다. 지난 4월 (가칭)거제중앙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전 타당성 사전평가를 최종 통과해 2027년 완공에 청신호가 켜졌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적·문화적 프로그램을 준비해 학생들의 문화적 만족도를 높여야 하겠다.

또 국내 굴지의 산업단지를 보유한 거제의 특성을 고려, 특성화고의 경우 지역 산업과 접목한 다양한 산학연계 교육프로그램도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실질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타지역에 유출되지 않고 거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교육 대책이다. 거제의 경우 고현권 도심지로 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승포·옥포 지역은 도심지 공동화(空同化)가 나타나고 있으며, 면 지역의 경우는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현권은 학구 조정과 새로운 교육 공간 확보를 통한 과밀학급 해소 △장승포·옥포 지역은 고현권 도심지로의 학생 쏠림 현상을 방지함과 동시에 특색있는 교육으로 교육경쟁력 확보 △지역 면 지역의 경우 공동학구제 및 작은학교 살리기 등을 통해 지역별 교육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살고 싶은 거제의 시작은 낙후된 교육환경 개선에 있다. 추상적이고 근시안적 접근을 배격하고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자.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으로 정책적 효과를 따져보자. 이런 과정을 통해 거제교육을 개선해 나간다면 분명 ‘살고 싶은 거제, 행복한 거제’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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