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민의 풍물기행]
거제시청 2년 연속 단체전 우승, 이다현 선수 20번째 무궁화 장사

지난 4월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23 평창오대산천 장사씨름대회’ 참가를 위해 평창에 다녀왔다. 

8일 새벽5시 이성희 거제상문고 교장선생과 유상문(장목드비치골프클럽 근무)씨와 함께 경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진부5일장에 들렀다. 강원도 전통 5일장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평창은 강원도 중남부에 위치하고 태백산맥의 중앙에 있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국립공원 오대산과 월정사·상원사·대관령 하늘목장 등, 가는 곳마다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평창으로 향하는 발길은 말 그대로 추억여행이다. 우리 일행은 거제대교에서 현풍IC를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태백산맥을 넘어왔다.     

태백산맥의 수려한 산세를 감상하면서 어릴 적 장날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밀양 산골 촌놈 출신인 나는 학교에서보다 전통시장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 나는 전통시장에서 벌어지는 속임수·흥정·폭력 그리고 화해, 미움과 배려, 감동과 질투 따위의 인간사들이 틀에 박힌 학교 교육보다 나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를 자극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기 시작하면서 더 넓은 세상이 산골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많은 여행을 했었고 그 여행에서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통시장 구경과 지칠 줄 모르는 여행이 나를 여행 칼럼니스트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10시45분, 평창에 도착해보니 오대산 자락에 자리해서 그런지 눈이 시원하고 공기가 정말 좋아 상쾌한 호흡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때마침 산세들의 노랫소리에 귀까지 맑아지는 곳이었다.

진부5일장 포장마차에서. @손영민
진부5일장 포장마차에서. @손영민

때마침 이 날이 진부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우리 일행 일자랑 딱 맞아 떨어졌다. 예선전 경기가 2시간 전인데다 날씨도 좋아 5일장을 찾았다. 

진부시장에서 3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한다는 주인 김씨에게 진부5일장의 유례를 물어봤다. 

“평창의 진부5일장이 매월 3일과 8일·13일·23일·28일에 열리면,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평창에 들렀던 관광객들까지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오며 시골장 날의 풍경을 아직도 간직한 소박한 장터죠.” 

대관령을 넘어온 동해의 싱싱한 생선과 오대산 일대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로 5일 장은 풍성해 보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강원도식 찐빵, 메밀의 고장답게 메밀차와 국수가 테이블에 진열해 있고, 달콤함이 일품인 즉석 과자코너가 눈길을 끌며, 갓 볶은 깨로 기름을 짜면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향기가 입맛을 절로 다시게 한다.
 

평창장평막국수집에서 테밀비빔국수를 맛보고 있는 모습. @손영민
평창장평막국수집에서 테밀비빔국수를 맛보고 있는 모습. @손영민

금강산도 식후경! 일행과 함께 시장에 마련된 포장마차에 들렀다. 맛집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우선 좀 앉아서 쉴까하고 들어갔다.

음식문화가 발달 된 강원도 평창지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메밀전병·수수부꾸미·배추전과 메밀옥수수 막걸리를 주문했다. 감칠맛 나는 강원도 음식에 쌉싸름하고 달짝지근한 메밀·옥수수 막걸리가 어우러져 장거리 운전에 피로가 쌓여 껄끄러운 입맛에도 부담 없이 넘어간다.

낮 12시. 씨름대회가 열리는 평창군진부생활체육관에 도착해보니 거제시청 선수들이 매화급·국화급·무궁화급 예선·4강 선발과 여자부단체전 예선·준결승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거제시청씨름단 여자선수들이 출전하자 유상문씨는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제시청 파이팅!” 힘찬 응원을 보낸다. 매화급 최다혜, 무궁화급 이다현 4강 진출1·여자부 단체전 결승 진출. 예상 밖의 좋은 경기결과가 나왔다. 

하루횟집에서 평창군 대회 관계자와 황경수 회장과의 만찬 회식 자리. @손영민
하루횟집에서 평창군 대회 관계자와 황경수 회장과의 만찬 회식 자리. @손영민

승리의 분위가 후끈 달아오른 저녁 무렵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손 단장 모처럼 거제에서 이성희 선생이 평창시합에 오셨는데 선생을 모시고 ‘하루생선횟집’으로 올 수 있겠나?”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의 목소리다. 거제장사씨름대회 이후 제대로 인사를 못 했던 터라 이 선생님과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다. 

“전국씨름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여자씨름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을 채택되어 지금은 여자씨름이 대세입니다. 씨름 부흥을 위해 앞장 서주시는 교장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협회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고등부 여자씨름 창단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칩시다.” 늦은 밤까지 황 회장님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가슴을 터놓고 민속씨름 얘기를 나누었다. 

월정사 입구 금강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월정사 입구 금강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다음날인 9일 이른 아침, 기지개를 캐고 일어난 후 우리 일행은 숙소 인근에 있는 ‘평창 장평메밀막국수집’으로 향했다. 소박한 풍경과 함께 ‘메밀꽃 필 무렵’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강원도 평창 맛집으로 불리기 손색없을 만큼 순 메밀로 뽑아낸 담백하고 깔끔함을 맛볼 수 있는 맛집이었다. 

아침 식사 후에 이승복기념관 구경을 마치고 오대산 월정사에 들렀다. 주차를 마치고 월정사를 가기 위해 금강교를 건너본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금강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전나무 숲 터널을 걸어 나오니 화려한 단청의 월정사 천왕문이 보인다.

월정사 경내에서. @손영민
월정사 경내에서. @손영민

경내에 들어섰다. 보고 싶은 게 오대산 월정사 탑이었는데 상륜부를 수리한다면서 보호막으로 탑 전체를 가려 놓았다. 이곳의 매력은 장엄한 8각 9층 석탑이 대웅전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일단 김이 새버렸다. 

월정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금강루 2층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이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 있는데 시계방향으로 한 번 돌리면 경전을 만 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5번을 돌린 것 같은데 많은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곧바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청류다원’ 전통 찻집에서 전통차를 마시며 푸르른 풍경을 감상했다.

내친김에 상원사로 향했다. 상원사에는 사찰의 삼문(三門)이라고 하는 일주문도 천왕문도 해탈문도 보이지 않았다. 상원사에는 피부병을 앓던 세조가 상원사에서 동자를 만나 병을 치료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문수전 안에는 문수동자 좌상과 문수보살 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문수동자 좌상은 상원사가 보유한 2개의 국보중 하나다. 세조에 관한 이야기중 고양이 덕분에 자객의 습격에서 벗어났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상원사 또다른 국보 ‘동종’은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고, 바로 옆에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상원사는 국보를 두 개나 보유하고 있어 꽤 규모가 있는 사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담했다. 내려오는 길에 세조와 문수동자 이야기를 기념하여 후대에 만들어진 관대걸이를 마지막으로 보고 상원사와 작별했다.  

늦은 점심시간에 월정사 앞 ‘오대산 민속식당’에 들러 황태구이정식 메뉴를 주문했다. 오대산에서 이재희(50세) 사장이 직접 채취했다는 취나물무침·곰취무침·명이나물무침·지장나물무침·3년 묵힌 막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등 총 20가지 밑반찬이 한 상 가득 했다. 

이중에서도 매콤달콤한 양념을 발라 구운 황태구이 맛은 은은한 향과 고소한 감칠맛이 우리 일행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제철 봄나물 맛을 최대한 끌어낸 주인장의 내공이 느껴진다. 

어디 여행을 가면 무조건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을 찾아 먹는 편인데 선물용으로 이만한 게 없지 싶어서 ‘오대산황기찐빵집(평창군 진부면 경강로 4125)’에 들러 팥·녹차·호박 3가지 맛을 내는 유명한 황기찐빵 3박스도 샀다.    

영암군청김기태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이성희 상문고 교장선생. @손영민
영암군청김기태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이성희 상문고 교장선생. @손영민

이번 여행에서 단연 인기는 뭐니 해도 진부생활체육관에서 펼쳐지는 ‘평창민속장사씨름대회’다. 체육관 정문에서 만난 영암군청 김기태 감독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김 감독은 우리 일행에게 멋진 포즈를 취하며 “거제시청씨름단이 여자씨름 최강자들을 상대로 드라마틱한 경기를 하면서 민속씨름 인기가 치솟았는데 현재 민속씨름 붐의 초석을 거제시청 여자씨름이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7시. 드디어 거제시청선수들이 출전하는 여자부 단체결승전 경기와 체급별 장사 결정전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일행들은 황급히 씨름장으로 향했다.

거제시청은 단체전 결승(팀 5전3선승제·개인 3전2선승제) 첫 주자인 매화급(60㎏ 이하) 이나영이 첫판을 빼앗겼으나 들배지기와 밀어치기로 내리 두 판을 따내며 2-1역전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진부생활체육관에서 펼쳐진 거제시청 선수들의 단체전 결승 경기 모습. @손영민
진부생활체육관에서 펼쳐진 거제시청 선수들의 단체전 결승 경기 모습. @손영민

이어 거제시청은 국화급(70㎏ 이하) 서민희가 엄하진에게 패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매화급(70㎏ 이하)에선 거제시청 최다혜가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선채림(구례군청)을 꺾고 2-1로 달아났다. 하지만 국화급(70㎏ 이하) 노은수가 이세미(구례군청)와 팽팽한 접전 끝에 패해 다시 2-2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가 걸린 마지막 무궁화급(80㎏ 이하) 경기에선 이다현이 최희화(구례군청)를 제압하며 3-2로 팀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곧이어 거제시청 이다현 선수가 무궁화급(80㎏ 이하)장사 결승전에 진출했다. 첫판 밀어치기로 최희화를 눕혀 기선을 제압한 그는 둘째 판 경기에서 잡채기로 한 점을 내줬으나 셋째 판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주특기인 들배지기 공격을 시도하며 순식간에 승부가 끝나버렸다. 

거제시청씨름단이 우수한성적을 거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거제시청씨름단이 우수한성적을 거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2020년 무궁화장사 전관왕 위업을 달성하며 ‘모래판 돌풍’을 일으킨 이다현은 무궁화급만 따지면 통산 20번째다.

이번 1박3일 평창의 봄나들이는 천혜의 비경을 지닌 오대산국립공원을 감상할 수 있었고 황태구이·산채비빔밥·평창매밀국수·메밀전병·수수부꾸미 등 향토음식의 맛과 싱그러운 전나무숲 향기를 맘껏 느껴 봤으며, 특히 단체전 2년 연속우승과 이다현 선수의 통산 20번째 무궁화 장사 등극에 보람찼다. 

게다가 평창원정에서 완승 쾌거를 이루고 금의환향한 우리 선수단은 ‘거제시장횟집’에서 즐겁고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밝고 쾌활하게 우승 피로연을 열어주신 이성희 상문고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평창장사씨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거제시청씨름단 우승피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평창장사씨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거제시청씨름단 우승피로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영민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