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사람만 아는 거제의 맛4】산나물과 버무려 먹는 '숭어국찜'
전통어로방식으로 잡은 숭어에 봄 산나물 향취 우려낸 '숭어국찜'
전문식당도, 요리 전수자도 사라져

거제신문은 지역의 사라져가는 전통음식 및 특색 있는 먹거리를 독자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거제의 맛'이라는 코너로 시민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이번 코너에서는 4월 봄, 딱 한 달만 먹을 수 있는 거제 전통 특미 '숭어국찜'을 소개하고, 더이상 만들기도 맛보기도 어려워진 '숭어국찜'의 소멸 위기를 알아봤다.    - 편집자 주

숭어국찜. @안압지
숭어국찜. @안압지

3월 말부터 4월이면 제철 숭어에 특유의 알싸한 향으로 무장한 '숭어국찜'이 생각난다.

제피·합다리·두릅·땅두릅·오가피나무 새순과 참나물·취나물·다래순·사생이나물 등 10여가지가 넘는 산나물과 숭어 대가리로만 낸 육수에 쌀가루를 넣어 푹 고아낸 '숭어국찜'을 먹을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사생이나물 등 제철 산나물과 봄숭어가 만난 거제 전통 특미로, 웰빙 보양음식으로 먹어온 숭어국찜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 '거제도봄꽃숭어축제'에서 시민들에게 반짝 선보인 후 축제가 폐지되면서 지금은 대중들에게 점점 잊혀져가는 음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봄만 되면 이 국찜을 맛보기 위해 맛집을 찾는다.

현재 숭어국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동부면 학동과 남부면 다대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조리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아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제도 음식 중 봄이 되면 시골의 집집마다 즐겨 먹었던 산나물 멸치찜과 함께 가정에서도 조리해 먹었던 숭어국찜은 조리 전수자도 없을 뿐 아니라 일반 가정 식탁에서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동부면 흑진주몽돌해수욕장 앞, 오랜 세월 해풍과 햇볕에 바래진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식당의 주인장 서양숙(75)씨는 지난 10여년간 숭어국찜을 조리해온 거제 숭어국찜 지킴이다. 

경남 하동에서 시집와 이제는 학동사람이 다 됐다는 서씨는 "먹고살라꼬 시작했는데 이젠 '웰빙음식'이라꼬 하데예"라고 웃으시며 신선한 재료 공급과 힘든 조리과정 탓에 단체예약은 아예 받지도 않는다고 한다. 

숭어국찜만 찾는 단골손님들이 있지만 일년 중 4월 딱 한 달만 맛볼 수 있다. 서씨는 계속 만들고 싶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고 지난 세월 고생의 훈장 같은 무릎 통증이 심해 내달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내년 4월에는 과연 '숭어국찜'을 내놓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숭어 손질에 여념이 없는 서씨. 방금 수조에서 건져 올려 펄떡이는 숭어 대가리를 단칼에 잘라 피를 뺀다. 피를 잘 빼야 비린내가 안 난다고, 숭어 손질 틈틈이 숭어국찜에 대한 애정처럼 말씀이 끊이지 않는다. 

숭어국찜 밑반찬. @안압지
숭어국찜 밑반찬. @안압지

#계절음식 연중 즐길 수 있는 방법 모색

거제의 봄 특미이자 지켜내야 할 전통음식인 숭어국찜은 쌀이 귀하고 가난하게 살았던 조상들에게 구황식품이나 다름없었다. 각종 나물에 곡식은 조금만 넣어 한 가마솥 가득 죽을 끓이면 온 식구가 보릿고개를 넘겼다고도 했다. 

먹을거리 없는 봄, 숭어와 산나물·쌀가루로 푹 끓여낸 '숭어국찜'은 이렇듯 우리 조상들의 애환과 정서가 깃들어 있는 음식이다.  

옥치덕 거제시 관광과장은 "요즘 봄 숭어가 한창인데 숭어국찜뿐만 아니라 숭어찜조차 귀한 음식이 돼버렸다"면서 "숭어는 거제 곳곳에서 나는데 예부터 사등면 견내량에서는 숭어요리가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제는 계절음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제철에 나는 생물을 말리거나 다른 저장방식을 사용해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숭어국찜 같은 거제 전통 음식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숭어국찜 식당에서 만난 거제도관광협의회 진선도 회장도 "숭어국찜에 들어가는 산나물 중 대표적인 사생이나물의 경우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채 보름도 되지 않는 기간에만 맛볼 수 있고, 숭어 또한 지금이 제철이라 짧은 기간에만 맛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음식이 사라진다고 하니 무척 아쉽다"며 숭어국찜의 대중화가 이미 실패하지 않았나 우려했다. 

아울러 현재 율포·다대·다포지역에 그나마 남아있던 숭어국찜 식당마저 이제는 다 사라졌다면서 봄 한 달 가량만 맛볼 수 있어 판매 기간이 짧은 것 또한 대중화에 실패한 요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봄 햇살이 바닷물에 윤슬로 빛나는 이맘때, 차지고 쫄깃한 봄 숭어와 알싸한 향과 맛으로 식욕을 돋우는 산나물이 어우러진 향연, '숭어국찜'이 사라져가고 있다. 잊혀져 가는 거제의 맛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은 4월이다. 

숭어 손질 모습. @안압지
숭어 손질 모습. @안압지

■ 전통 어로방식으로 잡는 거제숭어

학동·해금강 등지에서 가져오는 숭어는 예로부터 전통 어로방식으로 잡았는데 보통 '숭어두리(숭어들이)'라고 불렀다. 정확한 명칭은 '숭어들망어업'으로 지난해 제12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숭어들망어업'은 숭어의 생태적 특성과 이동 습성을 반영해 숭어를 잡는 전통어업 방식이다. '망쟁이'로 불리는 사람이 높은 곳에서 숭어떼 길목을 관찰하고 있다가 숭어떼가 들어오는 순간 신호를 보내면 미리 준비된 그물을 들어 올려 숭어떼를 가둬 잡아 만선이 아닌 만망(滿網)의 기쁨을 수확하는 어로 방식이다. 

'숭어들이' 또는 6척의 배가 동원된다는 의미로 '육소장망'이나 '육수장망'이라고도 불렸다. 거제시 도장포·망치·학동·선창·다대·다포 등 거제지역 어촌마을에서 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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