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세계 최고 조선의 도시 명성이 높은 거제의 눈과 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집중돼 있다. 거제를 '조선의 도시'로 불리게 하는 양대 조선사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한화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두 기업의 결합심사가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만 속절없이 지연되고 있어 문제다.

한화그룹의 이번 투자는 거제시의 지역경제와 국내 조선업의 중요한 축인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고 여겨지기에 거제시민들과 조선업 종사자들의 기대와 여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1999년 대우의 워크아웃 이후 무려 23년만에 찾아온 기회이고, 수년째 이어진 조선업 불황과 코로나19를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다. 

사실 어려운 고비는 거의 넘었다고 봤다. 한화와 대우조선의 합병에 대해 튀르키예·일본·베트남·중국·싱가포르·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은 지난달 승인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을 막아섰던 EU(유럽연합) 경쟁당국까지도 당초 이달 18일쯤 심사 결과 발표를 예정했다가 2주 이상 앞당겨 승인을 하면서 두 기업의 합병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정작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두 기업의 합병으로 함정시장에서 경쟁제한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한화와 시정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의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의 함정 부문이 수직결합하면 한화가 자사 방산기술을 대우조선에 독점 제공할 수 있어 군함 입찰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방산시장 구조상 경쟁제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희박하고 입찰과정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있다고 한화측은 반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표면상 내세운 공정경쟁 제한 가능성이 아니라 국내 경쟁조선사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은 단순이 사기업 간 결합의 의미를 넘어 거제의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을 위한 기반이자 우리나라 조선업과 방위산업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지연은 조선업과 방산의 시너지를 강화할 기회를 스스로 연착시키는 것이자 한 지역의 명운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로 한 어리석은 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계와 방위산업계,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에서도 안타까움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만에 하나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이번 기업결합이 무산돼 대우조선을 정상화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국내 조선산업과 방위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고, 대우조선과 연계된 수많은 인력과 협력사 등 거제지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며 종국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당초 계획과 달리 지연·변경돼 발생하는 국가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조선업 불황으로 불과 5년 만에 인구 2만을 잃어버리고 황폐해진 거제의 경제를 되살릴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실기(失期)하기 전에 신속하게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를 수만의 조선업 종사자와 거제시민의 이름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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