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길을 가면 가슴이 섬뜩해지고, 좋지 못한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그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설레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가슴이 떨린다. 공통점은 '가슴'이다. 가슴은 신체의 어깨로부터 시작해 명치에 이르는 부분으로 어디를 콕 찍은 위치가 아니라 어떤 범위에 속한다. 이럴 때 가슴은 정확히 심장을 가리킨다.

동양사상에서는 심장을 생명의 근원이며 몸의 주인으로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왕이라는 것이다. 심장이 박동하면서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고, 일어난 마음이 몸의 주인이므로 마음이 가는 곳에 몸도 따라가게 된다고 여긴다. 그 마음이 들어있는 곳이 바로 심장이다. 그래서 심장(心臟)은 마음 심(心)자에 고기 육(肉)변에 감출 장(藏)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마음은 실체가 없다.

어느 날 제자인 혜가스님이 스승 달마대사를 찾아가 말한다. "스승님, 마음이 너무 불안합니다." "그러하냐, 그러면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와 봐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네 이미 너를 편안케 해주었느니라." 유명한 선문답의 일화다.

심장은 겨우 주먹크기로 300g 정도에 불과하지만 1분에 약 70여회 뛰니까 대략 하루에 10만번은 뛰고 있다. 심장을 염통이라고 한다. 옛날 교과서에는 염통으로 가르쳤다. 이를 두고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염통(鹽桶 소금통)이라는 한자어로 조립해 심장암이 없는 이유는 소금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염통은 한자어가 없는 순수한 우리말로 동물의 심장을 지칭할 때만 쓰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스킨십이나 포옹할 때 우리 몸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행복호르몬' 또는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이 호르몬이 손상된 심장조직을 회복시킨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사랑은 심장의 묘약인 셈이다. 사랑의 은유적 표현인 하트가 심장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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