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산지에서 널리 자란다. 높이 20m에 달하고 나무껍질이 옆으로 벗겨지며 검은 자갈색(紫褐色)이고 작은 가지에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바소꼴로 끝이 급하게 뾰족하며 밑은 둥글거나 넓은 예저(銳底)로 길이 6∼12cm이다. 잎 가장자리에 침 같은 겹톱니가 있다. 털이 없고 처음에는 적갈색 또는 녹갈색이지만 완전히 자라면 앞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다소 분백색(粉白色)이 도는 연한 녹색이 된다. 잎자루는 길이 2∼3cm이며 2∼4개의 꿀샘이 있다. 꽃은 4∼5월에 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피며 2∼5개가 산방상(揀房狀) 또는 총상(總狀)으로 달린다. 꽃자루에 포(苞)가 있으며 작은 꽃자루와 꽃받침통 및 암술대에는 털이 없다. 열매는 둥글고 6∼7월에 적색에서 흑색으로 익으며 버찌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들어도 잘 모를 것 같은 이 나무에 대한 설명은 지금 한참 피고 있는 벚꽃에 대해 ‘두산백과’에 쓰여 있는 설명이다. 이 벚꽃을 보기 위해 나는 어제 나들이를 나섰다. ‘벚꽃’하면 진해지만 거제도에도 벚꽃이 자라는 군락지가 있는 것을 본적이 있어 그 꽃길을 걷고 싶어 도시락을 싸들고 길을 나선 것이다. 

실로 얼마 만에 이 화려한 봄꽃을 보러 나온 것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생감옥살이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코에 봄바람이 들어가니 꽃잎을 타고 날아갈 듯하다.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바다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이었다. 벚꽃을 보기 위해 맨 먼저 들린 곳은 거제 자연 휴양림에서 학동 넘어가는 고갯길이었다. 연분홍빛 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주변 산과 길이 온통 옅은 분홍빛 물결로 넘실대고 이제 막 연두색 잎이 나오기 시작한 산등성이 활엽수 사이로 군데군데 벚꽃이 머리를 디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같이 길을 나선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질렀다. 

신나게 케이블카를 타고 노자산을 올랐다가 다시 벚꽃을 찾아 길을 떠났는데 명사해변 근처를 지나면서부터 우리는 다 쓰러질 뻔했다. 여기가 무릉도원(武陵桃源)이고 복잡한 진해 군항제는 이제 다시는 갈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진해 군항제에 간 적이 있었는데 벚꽃 반, 사람 반이었고 걸어가는 것인지 밀려가는 것인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었는데 여기 거제도 남부면 쪽은 진해와는 달리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벚나무들이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벚꽃 너머로 맑은 햇살에 은빛으로 넘실대는 거제 바다가 보였다. 벚꽃과 바다, 정말 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이다.

요새 그렇게 유행하는 SNS에 왜 이 거제 남부면 쪽 벚꽃길이 안 올라 있는지 의아했다. 거의 15~20킬로에 가까운 길이 전부 다 벚꽃 길이었는데 그야말로 몽환적인 풍경이었다. 이 길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었고 지나가는 차들도 댓 수를 셀 정도였다. 벚나무가 길 양쪽에 심어져 있어서 그야말로 꽃 터널을 이루었고 가벼운 봄바람에 하얀 꽃잎이 휘날려 꿈인지 현실인지를 아련해졌다.

거제 남부면 하면 수국축제를 생각했었는데 이제 벚꽃도 만만치 않다. 수국은 수국대로 예쁘지만 벚꽃 길은 더 환상적이다. 오래가는 꽃도 아름답지만 젊음의 축제 같은 화려하고 짧은 개화 후에 성숙의 초록잎을 내는 벚꽃도 사람의 인생 같아서 아름답다.

그렇게 남부면의 벚꽃 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고현동 웰빙공원을 지나는데 웬걸 여기도 벚꽃 길이다. 시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도심의 산책로에 있는 벚꽃은 또 다른 힐링을 안겨준다. 꽃비를 맞으면서 산책할 수 있는 길이란다. 

친구가 말하길 여기 말고 장승포 해안도로에도 벚꽃이 만개했다고 하니 이제 우리는 진해 벚꽃과는 바이바이다. 내 고향 거제에도 너무도 아름다운 벚꽃 길이 많다. 내년부터는 벚꽃 철에 친구들을 거제도로 초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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