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꽃이 피어도 벌과 나비가 사라지고 없는데 시인은 봄이 왔다고 똥을 싸고 있네.”
“서민을 갈아서 소세지를 만들고 있는데 시인은 봄이 왔다고 똥만 싸네.”

멀리 아는 농부가 농사짓기 힘들다고 신세를 한탄하며 보낸 문자 내용이다. 최근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 선진국이나 대기업의 환경파괴는 결국 가난한 나라와 그 나라의 서민부터 끔찍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함축적인 내용이어서 걱정과 위로의 말을 서로 주며 받았다.

꽃이 피고 있다. 진달래가 피고, 개나리가 환하고, 동백은 떨어진 땅에서 봄 하늘을 붉은 몸으로 지탱하여 사위어간다. 바람꽃들도 산 언덕마다 자리해 봄 햇살에 졸음겨워한다. 보통은 진달래·개나리가 피고 한바탕 찬 기운이 시샘을 떨치고 나서 벚꽃이 겨우 피면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는데 올해는 개나리와 벚꽃 피는 시기가 겹친다.

물론 부산이나 거제 등지에 비교적 따듯한 지역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개화시기가 너무 빠르다. 지난 3월19일 벚꽃이 개화되어 102년 꽃 피는 시기를 관측한 이래 가장 빠른 시기라 한다. 꽃 일찍 피어난 것이 뭐가 대수냐 할 수도 있는데 참 큰일 날 소리다. 지난주에는 3월 한 낮의 온도가 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마당에 꽃 피었다고 봄나들이를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다. 이미 우리나라에 재배하는 지역별 농작물 경작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바다에는 어종이 바뀌고 있다.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과 나비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꽃을 수분시키고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는 중요한 일을 할 벌과 나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인류생존의 문제다.

혹자는 이미 인류의 멸망이 상당히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가능한 많은 파괴로 생산을 늘리고, 많이 쓰고 먹어 치웠으니 자연이 버티기 힘들기는 당연한 결과다.

오래전부터 환경단체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연파괴로 인해 다가온 재앙을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극빈 국가의 국민이 실제 경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선진국의 생활 쓰레기가 극빈 국가들로 수출되어 산처럼 쌓인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아 생계를 이어가는 참혹한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기도 한다.

저런 추악하고 험난한 모습이 곧 전 인류 전체로 번져 나갈 것이다. 벌과 나비 대신에 먼지와 공해가 꽃잎 위에서 쌓여 갈 것이다. 더는 꽃을 노래하는 시인도, 청춘도 없이 오직 생존을 위한 투쟁에 내몰릴 것이다. 우리 인류의 생존이 벌과 나비 그 가벼운 날갯짓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통곡하며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벌과 나비는 사람을 거부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벌과 나비가 사는 산과 들을 파헤치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섬세한 날갯짓에 마음을 놓아두고 행복한 노래를 불렀던 순간이 옛말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런 사소한 일상을 노래할 수 없게 된 시인은 똥이나 싸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비의 날갯짓처럼 하늘하늘 멀어져가거나 사라져 가는 일상의 실종은 되돌릴 수 없다. 세상이, 자연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당장 급한 것이 입에 풀칠하는 걱정이라면 그 나라는 미래가 보장된 살만한 나라가 아니다. 

생태파괴와 상물다양성이 파괴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인간이 짊어지게 된다. 빠른 치유가 없으면 그 피해액도 엄청날 것이나 지금이라도 대응책을 세워 예방해간다면 인류가 얻는 이익은 배가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빈곤층은 더욱 빈곤이 악화되는 자연파괴는 정부나 기업이 발 벗고 나서 대응해야 한다. 벌과 나비의 꽃가루받이는 인류가 자연을 떠받치는 숭고한 일상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자연에게 생명을 구걸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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