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남부지방에서는 '계집아이'를 '가시내·가스나·가시나'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거의 전국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정확한 쓰임은 시집가기 전의 여자아이를 뜻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머스마=남자애/가스나=여자애'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된다. 북쪽지방에서는 '간나'라 부른다. 이때 '종간나새끼'는 '종년의 새끼'라는 말로 심한 욕이 된다.

물론 '가시나'라는 말은 친근한 상대일 때 주로 사용하고, 모르는 사람이나 존댓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머스마에 새끼가 붙어 '머스마새끼'는 욕이 되듯이, 가시나도 '이 눔의 가시나가/야이 가시나야'라고 할 때는 비속어가 된다.

가시나의 어원을 두고 여러 설이 있다. '화랑(花郞)'에서의 '花'는 꽃을 뜻하는 옛말인 '가시'에 해당되며 '郞'은 '나'의 이두식 표기라는 설, 여자가 갓을 쓰고 남장을 하고 다녔다는 '갓쓴애'설, 호남지방에 병란이 잦아 남자들이 전몰하자 급기야 여자들이 남장을 하고 싸웠다는 '가(假)사내'설 등이 있으나 모두 신뢰하기 어렵다.

중세국어에 여자를 지칭하는 순우리말 '갓'이 있었다. 현대국어에서는 소멸되고 말았지만 그 흔적이 '가시-'로 남아, 부부를 '가시버시'라 한다.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다. 장인은 '가시아비'고 장모는 '가시어미'다.

15세기 중엽 조선시대 때 편찬된 월인석보에 '가시'가 있고, 석보상절에는 '갓'이라는 말이 나온다. 악장가사에 수록된 '고려가요'서경별곡에서도 확인 된다. 4연에 '네 가시 럼난디 몰라셔(네 아내가 바람난 지 몰라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고려시대 그 이전부터 백성들이 사용해 왔던 말이라는 점이다. '가시(女)'는 사내에게 있어 '가시(棘)'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웃었다.

어느 작가의 말이 가슴 찡하게 들린다. "어릴 적 어머니가 불러주던, 이름 아닌 이름 '가시나'는 지금의 나에게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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