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2010년 10월 거제에서 공증사무소를 시작한 후, 이전에 거의 매일 치던 테니스를 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고 나이도 노년에 접어들면서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뱃살도 늘어나서 건강이 나빠졌다. 그런데 마침 근처에 있는 탁구장을 발견하고 저녁마다 탁구를 치기 시작해 이제 20일 됐다. 땀 흘리는 운동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탁구라는 게임이 얼마나 즐거운지 새삼 느낀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처음 알게된 탁구, 그 재미에 빠져서 학교를 마치고 나면 거의 매일 친구들과 가방을 들고 탁구장을 찾았다.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니 학생회관에서 많이들 탁구를 치는데 그중에 특이하게도 루프 드라이브를 거는 친구가 딱 한 명 있었고 상대방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참으로 처음 보는 신기한 기술이었다. 

루프는 영어로 'loop', 공을 감아올려서 원 모양으로 만든다는 뜻인데 탑스핀이라고도 한다. 이 기술을 처음 본 것은 1978년께이고 내가 직접 이렇게 해본 것은 한참이나 지난 2004년이다. 이에리사는 이런 기술을 1973년께 주특기로 삼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어깨 힘이 좋은 남자들이나 하던 것이지만 그녀는 힘이 좋아서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리사·정현숙 등이 위와 같이 우승 후에 전국을 돌며 시범을 보였는데, 마산에서 살던 선친이 이를 보고 와서는 참으로 신기하게 공이 원을 그리면서 솟아올랐다가 떨어지더라고 했다. 첨단의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오기까지는 그렇게 세월이 필요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틈틈이 당구 대신에 탁구를 쳤지만 테니스를 하게 되면서 탁구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다가 2004년경 막내아들이 7살 때 우연히 탁구장에 들렀다가 아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바람에 같이 3년쯤 탁구를 쳤고 그때 나는 팬홀더에서 셰이크로 바꾸고 레슨도 조금 받으면서 현대탁구의 맛을 들였다. 막내아들은 1년 후에 전국대회 1·2학년부에서 우승했다. 그렇게 지나온 세월이 나는 이제 50여년 구력을 자랑하지만 거기에 걸맞은 실력은 되지 않고 그저 탁구장에 가면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길만 하다. 이 나이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승부에 대한 욕심을 접고 오직 땀과 재미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하지만 타고난 승부욕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라예보(Sarajevo)는 지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인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단이 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를 암살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열린 1973년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이에리사가 주축이 돼 우승됐다. 대한민국 처음으로 구기종목 세계 정상에 오른 쾌거였다. 마지막 이에리사의 스매싱이 성공하는 순간 한국 선수단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나라에서 이뤄낸 '사라예보의 기적' 이후 그녀는 '2.5g의 세계'라는 책을 발간했고 나는 중학교 시절 그 책을 사보았다.

전남 순천에 있는 '#기적의 탁구장'은 유명하다. 한 치과의사가 일에만 매달려오다가 어지럼증이 생겨 낫지 않았는데 탁구를 치면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고급 탁구장을 건립했다. '탁구를 통해 건강을 반올림(#)하자'는 뜻에서 그러한 이름을 붙였다.

탁구는 민첩성 순발력을 길러주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다. 특히 다른 운동에 비해 그렇게 큰 힘이 필요하지 않고 키가 작은 사람도 잘 칠 수 있는데 나의 큰 키가 오히려 조금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탁구를 통해 건강을 반올림#, 인생을 반올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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