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잠꾸러기-세수한다-멋쟁이-밥 먹는다-무슨 반찬-개구리반찬-죽었니? 살았니?' 

이때 술래가 "죽었다"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살았다"하면 잡히지 않게 도망치는 놀이였다. 어릴 적에 여우는 우리의 친구였다.

여우가 무섭다고 하지만 다른 야생동물에 비해 우리 생활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어느 지방이든 여우가 들어가는 지명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여우와 관련된 속담이나 민담도 많다.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났다' '곰하고는 못 살아도 여우하고는 산다' '금정 놓아두니 여우가 지나간다' 금정(金井)은 뫼를 쓰기위해 파놓은 구덩이로 일이 낭패로 돌아감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행동이 민첩하면 '여우볕에 콩 볶아 먹는다'하고, 잠깐 지나가는 비는 '여우비'고, 햇빛이 있는 멀쩡한 날씨에 비가 오면 '여우 시집간다'고 한다.

전국에 '여우골'이 곳곳에 있다. 거제면 동상리 수정봉 동쪽과 남부면 율포 밤개 서남쪽에 여우가 살았다는 '여시바위'가 있고, 학동뒷산, 외간, 독봉산 남쪽, 송진포 간곡 뒷산에는 '개여시바위'가 있다.

여우와 관련된 민담은 전국 어느 지방에서나 채집되지만 '개여시'는 주로 거제나 통영지방의 괴담에서 많이 보인다. 100년 묵은 흰개가 여우로 변한 것으로, 머리는 개인데 몸은 여우다. 또는 머리는 여자고 몸은 여우인 경우도 있다. 옛날에 학동고개에 개여시가 살았다. 사람이 지나가면 머리 위로 훌쩍 뛰어넘는 공중제비로 혼을 쏙 빼 놓는다. 그런데 키 큰 사람은 뛰어 넘을 수 없어 학동고개를 넘을 때는 긴 막대기를 머리에 이고 지나갔다. 6·25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는 증언이 있다.

예쁜 여자로 사람에게 접근했다가 치마 속의 꼬리가 삐져나와 들키기도 한다. 개의 얼굴을 한 영물이 '개여시'이다. 거제사람들에게는 개여시가 두려움의 존재였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개여시한테 홀릴라.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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