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갑 전 경남도의원
김성갑 전 경남도의원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나던 우리 고장 거제에도 예외 없이 지난 설 연휴 끝자락부터 영하의 기온이 지속되는 수년만의 최강 한파가 엄습했다. 이런 중에 열에너지·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에너지 빈곤층의 한숨과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난방비 대란 대책을 내놓았지만,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난방비 폭탄을 맞았지만, 시골 지역과 영세사업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었다. 최근에는 핵폭탄급의 난방비와 에너지 불평등을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197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겨울철 거실온도 21℃·거실 이외의 온도 18℃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에너지 구매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일컫는다.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건 2005년도 경기도 광주에 살던 15세 여중생이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에 정부는 2030년 에너지 빈곤가구 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지구의 기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경남도의원 시절 도내 에너지 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도의 대응방안이 무엇이며,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도정질의와 상임위에서 깊이 있는 질의와 논의를 한 바 있다. 이에 '경상남도 에너지 복지' 조례안을 발의해 제정했다. 제정 이유는 에너지를 보편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에너지 이용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함이었다. 조례의 핵심은 정확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수혜자의 누락이 없게끔 세밀하게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으나 아직도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수박 겉핥기식의 미흡한 행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정책은 정확한 자료와 면밀한 데이터로 만들어진다. 미흡한 통계와 주먹구구식 실태조사에서는 양질의 정책이 만들어질 수 없다.

아직 경남도의 에너지 불평등은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내 도시가스 보급률을 보면 도농 간의 편차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거제시 역시 동과 면 지역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편차가 크다. 인구가 많은 아주동과 장승포동·옥포동 일부에는 도시가스 인입이 진행 중이지만 면 지역까지의 도시가스 인입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어쩌면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면 지역 주민들의 난방은 기름이나 LPG가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와 어업에 종사한 어르신들과 영세사업자·소상공인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열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어 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그리고 경남도와 거제시의 LPG(20㎏) 가격 또한 지역내 편차도 매우 크다. 2020년 기준 최저 2만7000원부터 최고 4만6000원으로 공급되고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LPG 가격에서도 도농 간의 편차는 에너지 불평등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친 데다 난방비까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에너지 복지도 누리지 못한 채 추운 겨울날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하고 이겨내야 하는 시골 어르신들과 살을 에는 칼바람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영세 소상공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에너지 불평등의 곤욕 속에 견디고 있을 '에너지 빈곤층'을 생각하면 마음까지도 얼어붙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노력은 미비하고 정치권 역시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마련 요구의 목소리까지 작다. 인구밀집 지역민의 소소한 문제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정치인들이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에너지 불평등과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한 노력에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정치인들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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