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얼마 전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나다 체크인’ 이라는 프로를 방영했다. 처음에는 무슨 여행 프로그램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캐나다로 입양 보낸 유기견들을 가수 이효리와 유기견 봉사를 하는 고인숙씨가 찾아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를 보면서 나는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개를 버린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그 불쌍한 개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다.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개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더 민감한 정서가 있다. 개들은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주인의 목소리 톤의 변화만으로도 화가 났는지 기분이 좋은지를 알 수 도 있다. 이것은 무슨 개에 대한 책을 읽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안 것이 아니라 내가 10년 동안 개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 집 개들에게서 세상의 전부는 ‘주인’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우리 집 멍멍이들의 초미의 관심사이며 나의 작은 목소리 변화까지도 감지한다. 그리고 점점 눈치 백단이 되어 내가 손에 어떤 물건 들고 나오면 어디를 간다는 것을 안다. 예를 들어 내가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들고 나오면 외출하는 것을 알고 따라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빨래나 양동이를 들고 나오면 수돗가로 미리 달려가 서 있다. 내가 벽난로 재받이를 들고 나오면 그것은 텃밭에 뿌리는 거라는 것을 알고 텃밭에 가 선다. 이런 개를 버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일까를 생각한다. 

캐나다 체크인을 볼 때마다 어지간하면 울지 않는 나지만 도무지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좋은 집에 입양되어 더 이상 버림이나 학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 이전에 참으로 험악한 삶을 살았고, 또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서 버려지고 학대받는 개들을 생각하니 정말 심장이 떨려서 한 곳에 가만히 앉아서는 볼 수 없어서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곁눈으로 화면을 보았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했다.  

스스로 강심장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몇 년 전에 유기견 센터에 봉사하러 갔는데 나는 그곳에 두 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철장에 갇힌 개들이 너무 불쌍해서 심장이 벌벌 떨렸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버림받은 개들 모두 다 데려와 우리 마당에 풀어놓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누우니 그 불쌍한 개들 얼굴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도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아예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이 달에 가는 것을 예전에 우리가 서울 가듯이 가고, 화성에 우주선이 가는 이런 시대에도 어떤 사람들은 개들을 채 일 미터도 안 되는 줄어 묶어놓고 영하를 밑도는 한 겨울에도 바깥에 둔다. 심지어 산 아래 인적 드문 밭을 지키라고 몇 년째 묶어둔 개들도 있다. 한마디로 개는 감정도 정서도 없다고 생각하는 처사다. 특히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보는 진돗개 믹스견들의 고난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늘 하는 말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진돗개로 산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덩치가 크니 집안에 들이지도 않고, 동네에서 늘 보던 개이니 품종견이 아니라고 마구 대하며 평생 일 미터 줄을 벗어날 길이 없다. 하지만 진돗개 믹스견이라도 키워보면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얼마나 영리하고 똑똑한지 그 자체가 품종견이다. 그리고 또 품종견이면 뭐하고 아니면 뭐 할 것인가. 그건 개가 품종견이면 주인의 위상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낮은 자존감의 주인이 문제 아닐까?

이제 주인에게 버려져서 길거리를 떠돌거나 학대 받는 개들에 대한 소식이 들리지 않을 때가 되었지 않나싶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면 뭐하나, 아직도 미개하게 개를 학대하고 남 몰래 갖다버리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개를 감정 없는 짐승 취급하고 돈벌이의 대상을 삼으며 자신의 감정에 따라 학대, 유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문화강국, IT 강국이기는 하지만 정신으로는 아직 강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수 이효리씨가 유기견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효리씨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가수나 영화배우를 좋아해본 적도 없고 누구의 팬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캐나다 체크인 이후로 나는 효리씨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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