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금수저로 태어나는 일, 머리가 좋고 재주가 많은 것, 운이 있어 일찍 출세하는 것이라고 북송의 철학자 정이(程)가 말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오히려 불행의 시작임을 경고한다. 부모덕만 믿으면 게을러지고, 자신의 재주만 믿으면 노력하지 않고, 소년등과하면 교만해진다고 했다.

일본을 세계적인 전자왕국으로 만든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기자가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 몸이 허약한 것,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깜짝 놀랐다. 이건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이지 않는가? 고노스케는 설명한다. "집안이 가난했기에 일찍부터 돈의 소중함을 알았고, 초등학교 4학년 중퇴라는 학력밖에 없었기에 배우려고 노력했고,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연약했기 때문에 건강에 유의했다."

모자라는 것이 오히려 창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김치의 역설이 바로 그렇다. 지금처럼 붉은 고춧가루로 버물린 김치는 소금의 부족 때문이었다. 김치가 시는 것을 막으려면 소금이 필요한데 전에는 소금이 너무 비쌌다. 고추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식물이 아니고,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일본에는 16세기 중엽 포르투갈로부터, 우리나라는 17세기 초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고춧가루는 소금이 부족해도 김치가 덜 시게 만들어주고 영양도 풍부한데다 먹음직스러운 빨간색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스님들은 육식을 금하자 대체육으로 유부와 버섯으로 닭고기를, 콩으로 만든 돈가스, 밀가루와 연근으로 갈비구이를 생각해 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살만하면 술도 김치처럼 집에서 빚어 먹었다. 그런데 쌀이 부족할 때마다 금주령이 내렸다. 술은 마시고 싶고 담을 수는 없고 그럴 때 솔잎이나 약재·과일 등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었다. 그러기 때문에 지방마다 집집마다 특유의 술제조법이 생기고 이를 이어온 것이 가양주(家釀酒)다. 부족해서 더 풍미를 지닌 다양한 술을 만들어냈다. 모자람은 결코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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