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평균'이 사라지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에 대해 '보통·일반적·대게·평균적으로 00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 양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인의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를 내야 적절한지, 소개팅 후 고백은 몇 번째 만남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지 등 일명 '국룰(국민적인 룰)'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일상의 간단한 문제에 정답을 찾으려 온라인 세상을 헤매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당연시하는 '평균적인' 모범답안이 사라졌음을 드러낸다.

개인의 삶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평균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무난한 상품·보통의 의견·정상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더없이 독특한 상품들이 선택받고 극렬히 찬성하거나 극렬히 반대하는 의견으로 쪼개진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됐던 것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규정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성의 가치가 제각각 인정받으면서 평균적인 생각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삶과 가치관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전형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가리켜 '평균의 실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평균 점수·연령·학력·수명·수준·수익률·소득·체중 등 우리는 지금까지 평균의 개념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소비가가 보편화되고, 획일적인 집단교육 체제가 등장하면서 동질적인 집단 속에서 개체를 파악하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에 기반하는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을 이끌면서 테일러리즘(taylorism·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경영관리법)의 패러다임이 흔들리는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했던 평균 개념 역시 다시 되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면 평균의 개념을 먼저 정립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많고 적음이 없이 균일함. 가지런하게 고름. 또는 그 고른 양이나 질. 몇개의 수를 더하여 그 개수로 나누는 것. 또는 그 값'이다. 

통계학에서의 평균은 자료를 설명하는 대푯값의 하나로, 많은 개별 값들이 모인 자료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하고자 할 때 주로 쓰인다. 

이를 테면 한국과 일본국민의 소득을 비교할 때 전 국민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어렵지만 평균을 구하면 하나의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다. 사실 평균은 일상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균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규분포'를 전제해야 한다.

정규분포란 자료의 분포가 평균값을 중앙으로 좌우대칭으로 종(鐘) 모양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정규분포의 특징은 가운데가 볼록해 대다수의 자료값이 중심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평균의 의미가 흔들리거나 없어진다는 것은 정확히 표현하면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푯값으로 평균이 의미 있으려면 해당 모집단이 정규분포를 이뤄야 하는데,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분포의 정규성이 크게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이 기준성을 상실하는 경우는 ①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②개별값이 산재하는 'N극화' ③한 쪽으로 쏠리는 '단극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평균의 실종' 트랜드의 배경은 구조적·추세적이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속성을 지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도록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가속화됐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준거집단이 다원화되고 개인 맞춤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시장의 전형성이 사라졌고, 규모의 효율에 극도로 좌우되는 플랫폼 경제와 경쟁의 외연이 넓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발달하면서 승자독식의 쏠림이 심화됐다.

평균의 실종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는 엄중하다. 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난한 상품·평범한 삶·보통의 의견·정상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정규분포로 상징되는 기존의 대중 시장이 흔들리며,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다양성이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양극단의 방향성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소수집단(때로는 단 한명)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이다. 

평범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해야만 불황으로 침체된 세계시장, '평균이 실종된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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