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대림절 첫 주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 참된 구원과 영생을 주시기 위하여,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참된 평화와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하여 2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에 나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일인 성탄절과 다시 오실 재림의 주님을 고대하는 한 해의 끝자락인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채 생활고에 허덕이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면서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매서운 한파와 추운 겨울이 이어질수록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더 많이 생기게 되고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분들이 나오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거리거리에 구세군의 종소리가 울려 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고귀한 사람, 따뜻한 사람을 기대하며 한 가정에 있었던 한 가장의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하면서 오늘 칼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 가정의 가장은 중학생 때만 해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어려움 없이 잘 운영하던 회사가 뜻하지 않게 IMF 사태로 인하여 부도를 내게 되면서 그 이후 평생을 가정에서 전업주부로 삶을 살아왔던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하여 파출부가 되어야만 했고, 그의 아버지는 수많은 채권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을 다니는 상황이 되었으며, 자신과 그의 동생 역시 힘겨운 고등학교시기를 지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가운데 자신의 아버지는 재기를 꿈꾸며 몸부림쳐 보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운 삶을 이어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겹던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 이 가장은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을 마치고 자신이 들어가고자 했던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대학에서 삶의 동반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게 되었으며, 지금은 두 자녀를 둔 아버지로, 홀로 된 어머님을 모시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가장의 모친은 무료 급식소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시는데 때로는 그녀의 금쪽같은 손주요, 이 가장의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 현장에 가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공짜 식사를 다음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 가운데 노숙인도 있다 보니 혹여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싶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데리고 무료급식소를 다녀오는 어머니에게 버럭 화를 내며 큰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그 일로 자신의 어머니의 말 수가 많이 적어졌다고 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설 명절 연휴가 끝나갈 즈음, 이 가장의 모친은 당신이 봉사하는 곳으로 그의 아들인 이 가장을 데려고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료 급식소의 구석진 자리에 아들을 앉히시고 식판에 따뜻한 밥과 국을 떠다 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거기가 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앉아 식사를 했던 자리다. 그렇게 잘나가던 너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게 되니까 모든 친척도, 모든 친구도 네 아버지를 다 버렸는데, 유일하게 네 아버지에게 따뜻한 식사를 챙겨 주면서 인간적인 예우를 한 곳이 바로 이곳이야. 나는 여기서 식사를 하는 이 사람들을 보면 너희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그러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였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게 된 그녀의 아들이요, 한 가정의 가장인 이 사람 역시 마음에 울컥하는 감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이 가장은 없는 시간을 만들어 자신의 모친과 함께 무료급식소 자원봉사를 하면서 급식소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고백하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0장에 보면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도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흉악한 강도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물건을 빼앗기게 되고 생명에 위험을 느끼며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을 때, 그 사람 앞으로 거룩한 종교인의 복장을 한 한 제사장이 지나가게 되고, 성전에서 구별된 일을 감당했던 레위인도 지나가게 되지만 보고도 못 본체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유대사회 속에서 가장 멸시 받고 천대를 받았든 한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만난 그 사람 앞으로 지나가면서 그냥 못 본체하고 지나 간 것이 아니라 불행을 당한 그 유대인의 아픔과 고통을 보고 불쌍히 여기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어 주고 자기 짐승에 태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비를 지원해 주면서 잘 치료해 줄 것을 당부하며 그 자리를 떠나가게 됩니다. 그 자리를 떠나가면서 덧붙인 말이 이렇습니다.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정말 강도 만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랑스가 낳은 소설가 마담 드 스탈(Madame de Stael,1766-1817)은 이런 말을 이 땅에 남긴바 있습니다. “선한 봉사의 씨앗을 뿌려라. 감사의 기억들이 이 씨앗을 자라게 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해지는 연말입니다. 사랑의 손길을 찾는 시절입니다. 선한 사마라아인이 필요한 시절입니다. 선한 봉사의 씨앗을 우리가 뿌림으로 행복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복된 삶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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