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市)는 부산시, 거제시처럼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일반적으로 시라고 하면 도시의 형태를 갖춘 인구 5만명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한마디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 어딘가? 바로 시장(市場)이다. 행정구역 단위인 시(市)는 시장을 말한다.

한자 시(市)자가 생긴 것을 보면, 가운데 장대를 세우고 열 십(十)자 모양의 가로대가 있다. 거기에 양쪽으로 수건(巾)이 걸려 있는 상형문자이다. 수건(깃발)에는 가게 이름이나 파는 물건을 적었다. 이런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중국음식점이다. 요즘은 드물지만 전에는 음식점 입구에 자장면·우동 같은 음식이름을 쓴 붉은 천이 무슨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시장에는 이런 깃발이 줄을 지어 섰고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기 그지 없었다. 시(市)라는 글자는 이런 형상에서 유래한다.

시장의 순 우리말은 '저자'이다. 지금도 경상도에서는 '장에 간다'를 '저자 간다' 또는 '자 간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글로 전해지는 가요 중 가장 오래된 백제시대의 노래 '정읍사'에서도 '져재 녀러신고요(시장에서 늦으시나요)'라며 '저자'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우리말이다.

저자에 가게가 쭉 늘어선 거리는 '저잣거리'다. 문전성시(門前成市)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저자에는 상점의 규모에 따라 '전(廛)-방(房)·점(店)당(堂)-가게'로 나뉜다. 전은 육의전(六矣廛)·어물전·싸전처럼 물건을 팔기만 하는 큰 규모의 전문점이라면, 가게는 노점이나 허름하게 임시로 지은 가건물인 '가가(假家)'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나온 이름이다.
전과 가게 사이에는 '○○방(房)' '○○점(店)' '○○당(堂)'이 있다. 방은 금은방·유기방처럼 생산 중심이고, 점은 제과점·양복점처럼 생산·판매를 겸하는 곳이다. 당은 판매위주의 소매업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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