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변한다. 좋든 나쁘든 나를 둘러싼 삶의 조건이 변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린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바뀔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아파서 입원해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으며 걸어봐야 그때야 비로소 힘겹게 걷고 있는 노약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아이를 낳아서 길러봐야 또래 아이들이 유독 눈에 띈다. 채식만 고집하던 환자가 안타깝게 암과의 투병에서 패배한 사연을 세계적인 암 전문가가 소개하며 '암 환자는 햄버거든 치킨이든 뭐든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항암 과정을 견디기 위해 폭발적인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엠디 엔더슨 암 전문의사가 방송에 나와서 강연하는 것을 들었다. '암 환자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만 암과의 싸움에서 견딜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걸 들었다. 채식이 곧 건강식이라는 기존의 관성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균적인 것, 통상적인 상식이 통할 수 있지만 상황이 일상에서 벗어난, 특수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에 일상적인 상식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을 한 번 살펴보자. 계절에 따라 입는 옷도 바꾸고 전자제품도 편리한 신형으로 바꾸지만, 유독 한번 박힌 생각만큼은 바꾸기 쉽지 않다.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Think Again)'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지혜다'라고 했다.

화마로부터 빨리 달아나야 사는데도 자신 앞의 풀밭에 불을 지른 소방대장을 소개한다. 대원들마저 미쳤다고 생각한 그의 생존전략은 기존의 상식을 깨고 바로 앞에 있는 풀을 태워 불길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삶에서 습관처럼 보편적인 오류에 빠진다. 이중에 하나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험으로 축적한 자기 확신이 강해진다. '확증편향'과 '소망편향'이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의심하는 인간'의 자세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삶의 격변기에서는 '모르는 것을 아는 것' 보다 '안다고 믿었던 걸 다시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더 중요하다. 계절만 변하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도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게 이렇게 많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배움이 아닐까.

최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I May Be Worng)'로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수업, 불안의 폭풍우 속에 있는 당신을 구원할 책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스톡홀름경제대학을 졸업하고 23세 때 동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수재다. 대학졸업 후 다국적 기업인 AGA사에 근무하던중 능력을 인정받아, 26세에 자회사에 임원으로 지명됐지만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이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 즉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17년간 수행했다.

이후 마흔여섯에 사원을 떠나 환속했으며, 57세 때인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급격히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계속해서 전했던 그는 2022년 1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2020년 발간된 책으로, 나티코의 이야기와 가르침을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때, 이 말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어떤 언어로든 세 번만 되뇐다면, 여러분의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직감을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다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 옳은지 그른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믿지요. 우리는 걸핏하면 삶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우리가 계획한 방식대로 마땅히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막연한 관념과 의지대로 삶이 이뤄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극히 무지하다는 것을 이해할 때, 지혜가 싹틉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진정한 겸손이 우리의 심령에 자랄 때, 가능한 마음의 자세가 아닐까. 흑백논리가 대세를 이루고 '내로남불'이 판을 치는 혼란한 이 시대 필수불가결의 화두지 싶다.

그리고 사회의 갈등과 반목, 질시를 해소하고 타협과 협력, 공생과 상생을 이루는 진정한 사회가 이뤄지지 싶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자 우리도 세 번 되뇌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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