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지난 주일은 우리 교단 총회가 정한 농어촌 주일로 예배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생명의 고장인 농어촌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 가운데, 농어촌교회 또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기에 전국 교회가 이를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 농어촌교회를 지키고자 했던 뜻깊은 주일이었습니다.

인생을 두고 '평생 먹다가 살다가 죽는 게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 먹고, 점심 먹고 얼마 있지 않아 또 저녁을 먹습니다.

사람은 밥 먹은 힘으로 사니까 하루도 쉬지 않고 이렇게 평생 먹고 살다가 못 먹으면 죽게 되는 것이 인생이니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첨단 과학의 시대가 오고, 세상이 열두 번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밥을 하늘이라 하는 것이지요. 

생명의 먹거리(밥)를 농촌에서 농민들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 농민들은 하늘·땅과 더불어 밥을 생산해 이 땅의 모든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하늘과 같은 존재요, 하나님의 생명 재창조 역사의 하나님 동역자로서 소중한 역할을 감당하는 생명산업의 역군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업 또한 생명을 지키는 기초(1차) 산업으로 세상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산업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사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처럼 귀한 생명산업의 터전인 농촌과 농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땀 흘려 농사지은 수고의 대가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 농촌에서 살 수가 없어서 견디다 못해 농촌을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4인 가족이 1주일을 먹을 수 있는 쌀 1되(2㎏) 가격이 4500원인데 반해 커피 한 잔에 5000원을 하니 이런 시장경제 구조 가운데서 누가 농사를 지으려고 하겠느냐 그 말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농촌에 살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기에 농촌에 사는 총각들이 장가를 갈 수가 없으며, 그러다 보니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없고, 그러니 농촌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지고, 자꾸 빈집만 늘어나면서 농촌이 급속도로 피폐해 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터전인 농촌과 농업(1차 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집의 기초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데,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큰 곤경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구약성경 (왕하6:28-30)에 지난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마리아 성에서 포위를 당해 먹을 것이 없어 주려 죽게 됐을 때의 생생한 기록이 나옵니다. "이 여인이 내게 이르기를 네 아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오늘 먹고 내일은 내 아들을 먹자 하매 우리가 드디어 내 아들을 삶아 먹었더니 이튿날에 내가 그 여인에게 이르되 네 아들을 내놓아라. 우리가 먹으리라 하나 그가 그의 아들을 숨겼나이다 하는지라"라고.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이런 비극이 개인이나 나라에 언제든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먹거리를 무기화하면 핵폭탄 보다 더 무섭다고 하는 것이지요. 당장에 우크라이나 전쟁사태로 밀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자 밀가루값(빵·면 등)이 폭등하는 것을 보면 체감할 것입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생명의 근원이요, 모든 산업의 기초인 농어촌을 살려야 합니다. 이는 불쌍한 시골 사람들을 동정해주는 일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생명)이 살기 위함이요, 농촌과 도시가 함께 살고, 민족이 번영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농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방치하거나 포기해서 안 됩니다.

농사는 무조건 지어야 하고, 먹거리는 자립해야 합니다. 자연생태계와 환경보전(공기정화)을 위해서 더욱 그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농촌(시골)은 사람들에게 푸근함과 평안함을 주는 마음의 고향(하나님의 품)입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 공간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생명중에 생명인 사람의 영적인 생명을 지키는 농어촌교회 또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그동안 한국교회의 못자리 역할을 감당하면서 영육의 생명을 지켜온 농어촌교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함께 농어촌교회를 지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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