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거제지역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바다·산,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외지인들에게 비치는 인상은 산이요, 바다요, 그저 해안선이다. 밋밋하다거나 그저 그렇다는 표현이다.

그 이유는 자연을 묘사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문화와 예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제에는 자랑스런 문화유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조명하거나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은 부족하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년 전에 서복(서불)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뗏목을 타고 동남동녀 3000명과 기술자·의술자·노무자들을 싣고 불로초를 구하려 해금강 우제봉에 이르러 '서불과차(徐市過此·서복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며 지나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이 글은 사라호 태풍에 유실됐다고 구전돼 오다가 거제 출신 고영화 고전연구가가 조선말기 학자인 이유원이 쓴 글에서 찾아냈다. 고 연구가는 고려 때 정서의 '정과정곡'이 동래에서 썼다는 국문학사 기록을 뒤집고 그의 유배생활 2/3가 거제에서 보냈다는 것과 당시 거제에서 생활할 때 썼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또 유배문학을 연구해 남해보다 몇 배 많은 학자들이 유배를 왔고, 유배문학 세미나를 열어 그들의 자손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19·20세기 때는 거제출신의 많은 예술가들이 있었다. 소 그림으로 유명한 여산 양달석 화백, 성파 하동주 서예가는 밀양루와 촉석루 현판을 쓰는 등 영남 3대 서예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동랑 유치진은 극작가로 대한민국 연극의 아버지로 불렸고, 그의 동생 청마 유치환은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는 등 한국의 문호다. 무원 김기호 선생은 직접 학교를 지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직과 함께 학교를 국가에 헌납했으며, 대한민국 시조 대가다.

최근에는 양수화 오페라 단장, 홍준오·원신상·옥문석 시인 등이 활동했었다. 출생지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던 청마와 동랑 선생은 아직도 한국문단에 거제지역 이름은 잘 거론되지 않고 있다. 거제도포로수용소·옥포대첩은 또 어떤가.

지도자들의 관심이 부족하고, 후세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고 지원했더라면 출생지 논란은 처음부터 논란거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저명한 예술가들이 탄생했지만 거제의 지도자들은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 이 시너지 효과를 거양하기는 커녕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불려지기도 했다.

비슷한 규모의 지역에 가보면 박물관·문학관·자연공원들이 잘 갖춰져 있어 부러움을 산다. 곧 인구 30만명이다. 상주인구는 3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그렇다면 별도의 예총회관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종합문화원이 조성돼 있어야 하지 않는가. 저명한 예술가들의 문학관도 출생지역에 특색있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 유배와 전쟁문학관을 보태 거제문학관 조성도 필요하다. 시립합창단·상시종합문화회관 등 문화와 예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한중일 특별한 관심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서복문화는 거제가 중심이 되는 곳이다. 서복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면서 유숙했다는 기록은 거제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은 전설에서 나오는 사람을 동상으로, 캐릭터로 만들어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말이다.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거제지역 관광산업과 직결되는 문화예술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 이번 지방선거에 공약으로 빠뜨렸다면 더 크게 넣어 지역의 위상을 높여주길 바란다.

언젠가 둔덕에서 유치진 선생이 '나는 동랑이라는 사람인데 내 동생은 청마 유치환이고 둔덕에서 태어나서 내가 5살, 동생이 3살 때 통영으로 이사를 갔다', 제1회 청마문학제에서 청마 선생의 막내딸 자연은 '우리 아버지 청마 시인께서 거제 둔덕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할머니(청마 모친)로부터 들었다.' 이 말이 언제나 귓전을 울리며 내 가슴을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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