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아주초 곽욱정 교감선생님

스승의 의미를 되새기는 5월

교구라고는 칠판과 분필이 고작이었던 교실은 컴퓨터와 냉난방 시설까지 갖춰지게 됐지만 요즘 시대엔 ‘선생님은 있으나 스승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지혜까지 가르치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요즘 세대에게 스승은 학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때까지 학교의 교육을 담당하는 직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온종일을 보내야 하는 공간인 만큼 어쩌면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선생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부일체( 君師父一體 :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가 통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교권 존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은. 매년 5월 15일이다.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청소년적십자 단원이었던 충청남도 지역의 강경여고 학생들이 현직 선생님과 은퇴하신 선생님, 병중에 계신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를 의미 있게 지켜본 청소년적십자 충남협의회는 1963년 9월 21일부터 충청남도 지역 ‘은사의 날’로 정하고 사은 행사를 진행했으며 1964년부터는 ‘스승의 날’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스승의 날의 유례다. 

5월 15일은 세종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우리민족의 참된 큰 스승이기에 세종대왕의 탄생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미래를 위한 묘목 심기에 비견되기도 한다. 지금 시간에도 사람 숲을 울창하게 만드는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사명으로 교단에 서 있다. 

신문 기사는 객관성을 지키고 군더더기 없는 글을 완성하기 위해 철저히 평어체로 작성해야 하는 불문율을 벗어나 이번 기사만큼은 ‘교사’라는 표현보다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의미를 담아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해 스승의 날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세 글자, 존중·배려·소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3일 스승의 날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제자들과 친구처럼 자유롭게 소통하는 교감 선생님이 있다는 거제 아주초등학교를 찾았다.
올해로 25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은 아주초 곽욱정 교감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첫 발령은 1997년 9월 1일 국산초였다. 이후 동부초- 동부초-거제초-계룡초-일운초- 제산초- 사등초를 거친 선생님은 2018년 교감 승진과 함께 잠시 김해 관동초에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면 오롯이 거제의 선생님으로 살아왔다. 

선생님은 지난 19년 3월 1일 자신이 처음으로 교직에 몸담은 국산초 교감을 시작으로 다시 거제의 선생님을 살아가고 있으며 지난해 9월 1일부터 아주초 교감 선생님이 됐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들의 감사편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감 선생님에게도 편지가 닿았다. 

25년 넘게 스승의 날마다 받는 학생들의 감사편지가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선생님은 아직도 학생들이 건네는 감사편지가 설레고 소중하단다. 

학생들의 편지는 선생님에게 교직 생활에 힘들었던 모든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이자, 앞으로 겪을 힘든 교육자의 길을 걷는 데 힘을 줄 에너지원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처음에는 외교관이 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진주교대를 다니면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그들의 미래를 이끌어 주는 세상 어느 직업과도 비교 불가능한 직업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먼저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선생(先生)은 제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며 교육 지론은 ‘존중과 배려 그리고 소통’이라고 했다. 선생님이란 직업은 학생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소통이 꼭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교직 생활에 몸담아 온 지난 25년 동안 학생은 물론 학부형들과의 소통만큼은 잘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늘 “애들아 언제든 선생님에게 너희들의 기분을 이야기해라. 선생님이 실수로 너희에게 조금이라도 마음 아픈 말을 할 수도 있고, 교육적으로 한다고 한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너희들이 마음 아프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이야기를 해라. 이야기하면 빨리 오해가 풀릴 수 있는 이야기가 담아두면 큰 상처가 될 수 있단다”라고 말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아주초 복도에서 선생님을 마주한 아이들은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허물없는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BTS 교감 선생님’ 내일도 운동장에 나오세요
 선생님은 교감이 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가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아이들이 모여있는 운동장으로 나선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은 물론 개미의 행렬을 구경하고 있는 저학년 아이들의 대화에도 슬며시 끼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교감 선생님 내일도 운동장에 나오세요’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만큼 별명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별명이 ‘깍두기’, ‘오리’ 그리고 ‘BTS 교감 선생님’이다. 

‘깍두기’와 ‘오리’라는 별명은 선생님의 이름 첫 자인 ‘곽’에서 비롯된 초등학생들의 발상이다. 흔하지 않은 곽씨 성이 신기해 비슷한 단어인 ‘깍두기’가 탄생했고 ‘곽’을 연속해서 발음하면 오리의 울음소리와 비슷해 붙은 별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BTS 교감 선생님’ 만큼은 선생님이 ‘의도적 주입식 교육’으로 만들어 낸 별명이다. 

이 별명은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처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 선생님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과 수업을 할 기회가 오거나 소통할 때 자신을 ‘BTS 교감 선생님’으로 소개했고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 선생님의 별명은 ‘BTS 교감 선생님’으로 굳어졌단다. 

선생님은 시간이 날 때면 늘 학교 주변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고민한다. 그런 선생님의 노력과 고민이 닿아서인지 최근 아주초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좁은 진입로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도 및 거제교육지원청, 그리고 거제시도 관심을 보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시름은 학교의 환경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바라는 꿈보다 부모가 바라는 꿈에 이끌려 경우가 많아서인데 선생님 자신도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지금에 이르게 됐지만 꿈은 누군가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미래를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못한다고 해서 절대 실망하지 말고 꿈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 꿈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숨은 끼(재능)를 찾아내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뤄진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선생님은 “교직 생활에서는 학생과 학부형과의 소통에서 생긴 다양한 오해로 마음의 상처가 생기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다 받아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생님들의 희망, 행복,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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