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소금의 고마움은 떨어졌을 때, 아버지의 고마움은 돌아가신 뒤에 안다는 말이 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다. 잃어버린 후에 소중함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다. 나이를 먹어도 부모님 앞에서는 아이가 될 수밖에 없고,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것이 부모이다.

손주를 가끔 돌보면서 경험해 본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우리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아빠가 좋다. 엄마 품에 안겨 있어도 엄마가 보고 싶단다. 그러면서 자꾸만 가슴 속을 파고 든다.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부모와 가정이다. 경쟁속에서 피곤한 마음과 육신이 위로받고 쉼을 얻을 곳은 가정이다. 실로 가정은 휴식처이고 안식처이다. 그리고 피난처이며 용기를 얻을 곳이다. 바로 그 곳에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인생의 배신과 패배와 쓰라림을 당했을 때 부모를 찾아간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손은 치료하는 약손이기에 따뜻한 손길로 아픔을 쓰다듬으시며 위로해 주신다.

오월은 위대한 날이 많다. 다음 세대를 위한 어린이날, 가르침으로 깊은 영향을 준 스승의 날, 그러나 가장 먼저 마음이 가는 어버이날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먹먹하며 눈물이 난다. 부모없이 이 세상에 온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람이 태중에 있을 때 순전히 어머니의 피를 받아 자라며 생리적 영향과 심리적 영향으로 태생의 은혜를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아기를 낳아 강보에 쌓여 기를 때, 유아기를 넘어 아동기가 될 때까지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는 양육의 은혜가 있다. 부모의 인격·교양의 덕목으로 온전히 길러주며 오직 자식만을 위해 잘되기를 소원하는 부모의 은혜는 평생토록 갚아도 갚을 길이 없다.

가정의 달을 맞을 때면 추억어린 이야기를 소환해 본다. 부성애를 나타내는 가시고기와 모성애를 나타내는 우렁이 이야기다. 가시고기는 소설로서 이미 유명하다. 가시고기는 산란기에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숫컷은 알이 부화될 때까지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즈음 기력을 다 소진하고 생을 마감하는 작은 물고기라고 한다. 가족을 위해 수고하다 조용히 세상을 마감하는 아버지들의 함축된 모습을 보여주는 스토리이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또 우렁이는 제 몸에다 알을 낳으며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성장한다.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먹이로 주고 빈 껍데기가 되어 조용히 흐르는 물에 떠내려 간다. 새끼들을 보호하고 울타리가 되는 아버지의 희생과 살을 깎아 먹이는 어머니의 희생을 투영해 볼 때 실제 부모님이란 이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끝없는 사랑과 헌신을 뛰어 넘기에 우리는 희생이라고 표현한다.

1913년 미국 필라델피아 교회의 문 앞에서 한 여성이 흰 카네이션을 나눠준 것이 어버이날의 시초가 되었는데 가장 주름살이 많은 꽃이 카네이션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얼굴 주름살을 연상케 한다. 부모님 두 분이 다 계시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지만 한 분만 계셔도 참 행복한 것이다. 그 이름을 부르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면 오늘도 그리운 이름이다.

한문의 '효(孝)'라는 글자는 '자(子)'자와 '노(老)'자가 합해진 문자다. 아들이 노친을 받들고 이에 순종함을 뜻한다. 뜻 글자에서 표현하는 한 글자가 많은 의미를 더해 준다. 특히 기독교는 '효'에 대해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하나님의 계명인 십계명 중 제5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신다. 또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6:1-3).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 이는 네 머리의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의 금 사슬이니라"(잠1:8-9).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23:25).

이처럼 효도는 복의 근원이라고 했다. 성서의 말씀처럼 순종하므로 부모를 기쁘게 하며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참으로 복된 삶이 되는 것임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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