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전에 시무했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십 년을 객지 생활하다가 암 말기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신 분이 있었다. 집사님의 아들 중 한 명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젊어서 고향을 떠나서는 수십 년을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못하고 살았다. 어릴 때 가졌던 신앙도 다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간암 말기가 되어 고향을 찾아왔다.

이분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 장로님들과 함께 심방을 갔다. 가서 예배를 드리며 창세기 32:24의 말씀을 읽고 권면을 드렸다.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하나님은 홀로 남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을 드렸다. 홀로 남겨진 그 상황을 통하여 다시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을 찾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 말씀을 들으며 이분은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았다. 더이상 설교도 찬송도 이어지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쏟으며 엉엉 울었다. 결국 이분은 회개하고 다시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 후 한두 달 더 사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평안히 천국으로 가셨다.

그렇다. 하나님은 홀로 남게 하시는 분이시다. 분주하게 달려가던 우리를 멈추어 세우시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 서도록 회복시켜 주시는 분이시다.

야곱은 홀로 남았다. 에서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히 두렵고 답답해하던 야곱이 아내와 열한 아들과 모든 소유를 다 얍복강을 건너가게 하고 홀로 뒤에 남았다.

야곱은 지난 20년 동안 참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살았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아이 두 명만 키우는 것도 힘든데, 야곱은 열두 명이나 되었다. 양과 염소도 많았다. 게다가 10번이나 품삯을 바꾸는 외삼촌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겠는가? 그는 아마 일찍 일어났고 밤늦게 잤을 것이다. 전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 홀로 있게 된 것이다. 홀로만 남게 되었다. 단순히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고독하게 남아 있었다.

그대는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며 살고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홀로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신다. 모든 자녀를 떠나서 홀로 남아 하나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신다. 모든 소 떼와 양 떼를 떠나서 하나님 앞에서 내 영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그 길을 멈추게 하셨다. 홀로 남게 하셨다. 밤새도록 씨름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대를 한번 멈추게 하신 적은 없는가? 어떤 슬픈 일을 경험했는가? 그때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홀로 있게 하시는 시간인 줄 아셔야 한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의 신앙을 점검해 보아야 할 시간인 것이다.

하나님은 야곱을 홀로 있게 했다. 그가 정신을 잃고 빠져 있는 그 일들로부터 그를 떼어내 격리시켜 주신 것이다. 그를 만나주시기 위해서 홀로 있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대를 억지로 홀로 있게 하시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잠잠히 그대의 영혼을 돌아보는 고요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있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내 마음이 너무 분주하여 스스로 하나님을 찾지 못하면 사고나 질병을 통해서 억지로라도 홀로 남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 잠잠히 홀로 있는 그 시간이 우리에게 복이 된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이다.

야곱이 홀로 남았을 때 하나님께서 야곱을 찾아왔다. 야곱은 밤새워 하나님과 씨름을 한다. 하나님은 홀로 남은 야곱을 새롭게 만나주시고 브니엘의 은혜를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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