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건강·재산권 위협 수십년째 더이상 못참아"

거제시 사등면 광리마을을 관통하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철탑 철거와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거제시 사등면 광리마을을 관통하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철탑 철거와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옥정훈 기자

거제시 사등면 광리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해 수십년째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철탑 철거와 선로 지중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남부내륙철도가 견내량 해저터널로 개설되는 만큼, 철도 개통 시기 전에 송전탑을 철거하고 해저터널 개설 공사와 연계해 송전선로를 지중화 하자는 주장이다.

광리마을 200여세대 주민들은 최근 '광리마을 송전탑 철거·지중화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춘곤, 사무국장 김종삼)'를 구성하고, 고압 송전탑·송전선로로 인한 피해사례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는 등 체계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송전선로가 연결되는 인근 통영시 용남면 연기·견유·신촌마을 대책위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 이번에는 반드시 적절한 보상과 함께 주민들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1973년 설치된 154㎸(킬로볼트) 고압 송전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건강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광리마을 대책위 김종삼 사무국장은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광리마을 주민들은 70대가 되면 뇌종양이나 각종 암으로 시달리다 사망해 70대가 거의 없을 정도"라면서 "마을을 관통하는 송전탑과 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영향 등으로 암에 걸려 서서히 죽어간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아파도 암 판정을 받을까 봐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할 정도라고 했다.

또 송전탑 인근에 위치한 축사에서 가축들이 이유없이 폐사하거나 기형 송아지가 태어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전자파의 피해라고 주장하면서, 선하지 인근 축사 2곳이 폐쇄된 이유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가 하락에다 싼 가격에 내놔도 거래 자체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송전탑 인근 논에는 송전탑에서 떨어진 볼트·너트가 발견되고 물이 담긴 논에는 지락전류(전기가 누설될 때 땅에 흐르는 전류)가 흘러 들어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송전탑이 내는 '웅웅'거리는 소리에 불안에 떨고, 비바람이 불면 송전탑 인근 논에는 아예 접근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한국전력측은 선하지에 대한 쥐꼬리만한 보상으로 일절하며, 마땅한 대책 없이 주민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대책위는 꼬집었다.

대책위는 "송전탑과 송전선로로 인해 주민들이 당하는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심각하고 마을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탑부지와 선하지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상과 함께 송전탑 철거와 송전선로 지중화로 주민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한전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송전선로 인근 마을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역과 조선소 등이 발전하는 만큼 거제시도 주민들의 피해실태를 조사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책위는 앞으로 피해실태조사와 함께 용역을 통해 송전탑·송전선로의 철거 및 지중화 대책을 강구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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