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청년농부 이동혁 '잘키울거제' 회장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가 도농복합도시라는 말은 옛말이다. 주민등록 인구의 90% 정도가 거제지역 조선업과 관련된 탓이다.

거제역사문화연구소 연구자료에 따르면 거제지역에 조선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난 1970년대 거제지역 전체인구 대비 농가인구는 지난 1970년 79.2%(7만4880명)에서 2020년까지 5.3%(1만3046명) 수준으로 줄었고, 농지면적도 7760㏊에서 3943㏊까지 감소한 상태다.

조선산업이 왕성해진 거제지역의 젊은 일손은 조선소로 일자리를 옮겼고 농촌은 부녀자와 노인들 위주의 농업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1990년대에는 특용작물 재배가 진행됐지만 농촌의 고령화는 이미 한계까지 도달한 상태다.

거제농업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운 시절, 거제의 농산물에 인생을 던진 이들이 있다.

자연과 호흡하며 땀 흘리며 대박을 꿈꾸기보다 신중한 농부의 삶을 선택한 거제청년농업인단체 '잘키울거제'의 청년농부들이다.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 농업의 미래, 청년농업인단체 '잘키울거제'

'잘키울거제'는 거제시 청년농업인 단체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만49세 이하의 회원으로 구성돼, 영농기술 교육 및 정보교환 뿐만 아니라 공동판매·마케팅·농업정책 개발·농업 외 농업인 수입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부농의 꿈을 꾸는 젊은 귀농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재배부터 가공·유통·서비스·홍보·판매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조선소·사무직·숙박업·요리사·영화감독 등 다양한 전직을 소유하고 있지만 흙과 함께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다.

'청년 농부라 쓰고 초보 농부라고 부른다'는 그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거제농업의 미래를 위해 정직한 땀을 흘리며 공부하고 있다.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 /사진= 최대윤 기자

귀농준비 위해 막노동으로 생계 잇기도

거제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농업인단체 '잘키울거제'의 시작은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혁 농업회사법인 거제다움(시영이아빠 표고버섯)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단감으로 유명한 김해 진영 출신인 그는 지난 2013년 거제 조선소에 근무하면서 아내와 함께 아무런 연고도 없는 거제에 정착했다. 하지만 조선경기는 나날이 기울었고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자녀들을 키우기에는 조선소의 임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귀농'이었다. 하지만 막상 농사를 시작하려니 농사에 대해 아는 것도, 또 사업밑천도 없었다. 그랬던 그에게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도움은 천금과 같았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는 그에게 귀농에 실패율을 줄이려면 농사를 짓는 지역의 특산물을 재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과 함께 관련 농업 분야 베테랑 농업인까지 소개했다.

지금도 거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소개해준 베테랑 농부를 '사부(師傅)'로 삼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란다.

농작물을 선택한 이후에도 그의 고민은 줄지 않았다. 조선소에서 받은 퇴직금과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농사를 시작했지만, 거제는 땅값이 비싸 귀농하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그가 선택한 노지 표고버섯은 종균을 심은 후 수확을 하려면 1년 6개월 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에게는 10년 같은 1년 6개월이었다. 수확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그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굴가공 공장과 인력사무소를 드나들어야 했다.

더구나 그는 첫 수확 전까지 귀농을 시작한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오랫동안 농사일과 농산물 유통업에 종사해 누구보다 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부모님의 반대와 그가 결정한 귀농이 실패할 경우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그가 첫 수확을 앞두고 부모님께 귀농 사실을 알렸을 때 그의 부모님들은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이 이렇게 반기고 도움까지 주실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말씀드릴 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표고버섯에 대한 애정도 깊다. 거제표고버섯은 해풍을 맞고 자라서 향과 맛이 뛰어나 조선시대 수라상에 올랐던 거제지역의 오랜 특산물이란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추석, 그의 땀과 열정이 키워낸 거제의 표고버섯은 청와대 추석선물로 납품이 됐다. 또 지난해에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농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2단계다. 첫째 연매출 10억원 달성의 농부, 둘째 바닷가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함께 땀 흘리며 고생한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는 첫째 목표는 20% 정도 달성했고 둘째 목표는 아직 까마득한 미래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라고 했다.

그는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인에게 "저도 아직 농사를 배우고 있는 새내기 농부이지만 귀농을 직접 경험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귀농을 결정한 후에는 최소 몇년 동안은 본인에게 적합한 지역과 품목을 선정한 후 철저하고 충분한 준비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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